“할아버지에게 배우니까 영어도 어렵지 않아요.”젊은 시절 무역회사에서 통역 번역 일을 했던 이상호(69)씨. 처음 상계초등학교 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아이들 표정은 뜨악할 수 밖에 없었다.
친할아버지라도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정도인 아이들에게 새로 온 영어선생님이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낯설었던 것이다. 처음에 쭈뼛거렸던 아이들은 언제나 인자하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이씨를 지금은 아주 잘 따른다.
이씨가 상계초등학교와 중계어린이집에서 영어교사로 나서게 된 것은 북부노인종합복지관이 실시 중인 ‘세대 통합프로그램’의 한 부분이다.
핵가족에 따른 세대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목적으로 북부종합노인복지관은 퇴직교사 위주로 능력 있는 희망자를 선발, 초등학교나 장애인기관 어린이집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에 파견하고 있다.
현재 26명의 어르신교사가 20개의 기관에서 외국어 외에도 예절 동화구연 바둑 장기 중국어 일본어 한자 컴퓨터 등을 교육하고 있다.
북부노인종합복지관의 박준기과장은 “아이들이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동네에서 노인들을 만나도 예전과 달리 친근한 인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대통합 프로그램은 서울 남부ㆍ 군포ㆍ 경산ㆍ 청주ㆍ 군산 노인종합복지관 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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