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검소했던 어머니,황당한 요구 잦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검소했던 어머니,황당한 요구 잦아

입력
2002.07.23 00:00
0 0

Q 이제 겨우 60대로 접어든 어머니가 최근 좀 이상해졌습니다. 한평생 자식일만을 생각하며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 몸에 걸치는 것에 지나칠 만큼 검소하셨습니다.그런데 막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인지, 터무니 없이 저희 3남매에게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옷이라도 사 드리면 "내가 이런 싸구려를 입겠냐"고 해 무안을 주시거나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화를 냅니다.

부모님은 재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저희들에게 용돈을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혹시 이것도 치매의 일종인가요? (서울 혜화동 박씨)

A 큰따님의 글 속에 어머님에 대한 경칭이 오락가락 하는 것으로 보아 지금 어머님께 화가 좀 나 계시군요.

느닷없는 초로기 성격변화를 그쳐 그럴만한 이유에서 온다고 보는 길이 있는가 하면, 병으로 보고 가벼운 뇌출혈이나 뇌혈전증, 뇌종양, 치매, 조울병의 경조증 등을 의심해보는 길이 있습니다.

병이 아니시라면 대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어머님은 자기 자식들을 위해 평생 절약하신 습관이 배었기에 이제는 출가와 분가를 해서 '남'이 된 자식들에게서 거꾸로 용돈과 좋은 옷을 받는 것으로 역시 당신 돈을 절약하시고 싶으신 것인지 모릅니다.

절약하는 성품이 일층 더 강화된 것이지요. 또는 아버님이 원래 어머님을 뒤에서 쥐어 짜셨다면 그런데서 오는 불만을 당사자가 아닌 만만한 자식들에게 터뜨리고, 그래서 자식들이 들고 일어나 자기 아내에게 평생 용돈 한 번 변변히, 그리고 좋은 옷 한 벌 사주시지 않은 구두쇠 아버님을 일깨워 드리기를 희망하시는지도 모르지요.

당신의 젊은 시절과 비교할 때 여유있게 사는 자식들이 같은 인간으로서 부럽고 샘 나실 것입니다. 어머님은 속으로 아버님과 자식들이 평소 당신을 아버님이 지니신 돈에 걸맞게 인간 대접해 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자식들 눈에는 희생일변도인 ‘못나고 값싼’ 어머니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대책은 3남매가 같이 아버님께 의논 드려 어머님이 신경정신과 진찰을 받게 하십시오. 병이 없다는 판정이 나면 아버님으로 하여금 ‘조강지처’ 대접을 해드리게 하시고, 자식들도 ‘자랑스러운’ 어머님으로 격에 맞추어 고급으로 잘 모시십시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dooyoung@plaza.snu.ac.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