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7월22일 이탈리아의 소설가 겸 저널리스트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60세로 작고했다. 과레스키는 주류 문학계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지만 ‘돈 카밀로의 작은 세계’ 시리즈가 국제적 베스트셀러가 된 덕에 세계 구석구석에 독자를 확보한 작가다.작가의 고향인 포 강(江) 골짜기를 배경으로 삼아 1940~50년대 이탈리아의 풍속과 정서와 정치를 끈끈한 유머와 위트와 페이소스에 버무려낸 이 엽편소설(葉片小說)들은 수많은 독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완고한 반공주의자 신부 돈 카밀로와 공산당 출신 읍장 주제페 페포네 그리고 돈 카밀로의 조언자인 예수 등 세 주인공과 그들 주위에 배치된 이탈리아 시골의 소박한 악당, 교활한 선인(善人)들은 작품 속에서 격렬한 사랑과 미움을 주고 받으며 전근대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반공주의자로서 공산주의에 대한 조롱과 희화를 머뭇거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페포네 읍장을 비롯해 자신이 창조해낸 우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인다.
‘돈 카밀로의 작은 세계’는 지난 1980년대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김명곤 옮김) ‘돈 카밀로와 페포네’(차미례 옮김) 등의 제목을 달고 한국어로 번역돼 우리 독자들에게도 소개된 바 있다.
과레스키는 1908년 5월1일 북부 이탈리아 포강 유역의 로카비앙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왕당파로서, 공화정이 무너진 뒤에는 기독교 민주당 지지자로서 자신이 주관하는 주간 신문 ‘칸디도’를 통해 일관되게 반공의 깃발을 휘두르게 될 이 저널리스트가 메이데이에 태어났다는 것은 얄궂은 일이다.
그보다 더 얄궂은 것은 왕정 폐지 직후 ‘칸디도’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총리가 된 기민당 지도자 알치데 데 가스페리가 뒷날 과레스키를 명예훼손죄로 걸어 감옥에 보냈다는 사실일 터이다.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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