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대접을 받고 독일에 가는 것이 아니다. 4년 동안 기량을 쌓아 2006년 독일월드컵의 주역이 되고 싶을 뿐이다.”차두리(22ㆍ고려대)가 한일월드컵 이후 국내선수 최초로 유럽무대 진출을 위해 21일 아버지인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독일로 출국했다.
26일께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과 입단 계약을 확정할 예정인 그는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려서부터 자랐던 곳에 돌아가 축구를 배울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차범근 전 감독은 “내가 뛰던 클럽에 두리가 입단하게 돼 자랑스럽지만 잘 버텨낼 수 있을 지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의 한일월드컵 16강전이 끝난 뒤 레버쿠젠의 칼 문트 구단주로부터 직접 영입제의를 받은 차두리는 레버쿠젠 2부팀에서 활동하게 된다.
차두리는 레버쿠젠과의 입단계약 전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면담하게 될 것으로 알려져 레버쿠젠과 유사한 선수양성 시스템을 갖춘 아인트호벤 진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_한일월드컵 이후 첫 해외진출선수가 됐다.
“(차두리)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쁘지만 나는 그저 배우는 입장일 뿐이다. 지난해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단기적으로는 기량향상 보다 팀 적응에 주력해야 한다. 두려움은 전혀 없다.”
_계약조건과 재임대 여부는.
“(차범근) 두리의 독일행은 유학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라면 계약금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레버쿠젠은 23세 이하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영입한 뒤 기량을 향상시켜 내보내는 완벽한 재투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두리가 희망하는 구단으로의 재임대도 수월할 것이다.”
_독일과의 준결승전 출전이 독일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차두리) 세계의 벽이 높음을 절실히 느꼈다. 스피드가 그래도 좋은 편이라고 여겨왔는데 독일선수들은 스피드와 파워에서 한 수 위였다(차 전 감독은 두리에게 ‘그래서 독일에 가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 던졌다.)”
_향후 목표는.
“(차두리) 단 1분이라도 뛸 수 있는 팀에서 활약하고 싶다. ‘골을 못 넣고도 너처럼 사랑받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따끔한 지적을 잊지 않고 있다.”
_대표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부진하다.
“(차범근) 유럽진출은 화려함보다는 고통이 더 크다. 두리가 조용히 출국하길 바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나 구단 모두 배운다는 자세와 재투자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면 훨씬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처음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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