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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귀 전문의에 찾아온 난청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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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귀 전문의에 찾아온 난청病

입력
200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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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정작 자기 병은 고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필자가 바로 그런 경험을 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귀가 들리지 않아 고생했다면 믿어줄까.열대야로 온 국민이 잠을 못 이루던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왼쪽 귀에 “윙~”하는 이명과 함께 멍한 증상이 느껴졌다.

금방 나아지겠거니 하고 며칠을 보냈더니 증세가 심각해졌다.

한쪽 귓구멍을 교대로 막고 TV 소리를 들어보니 왼쪽 귀에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았다.

길거리에 나서니 자동차 소음이 정상 소리와는 전혀 다른 우주에서 내려온 듯한 이상하고 복잡한 소리로 들렸다.

왼쪽 귀를 꽉 막아두지 않고는 걸을 수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환자에게서 듣거나 책에서만 접하던 경험을 한 것이다.

30년 동안 의사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치료해 온 돌발성 난청이었지만 정작 내가 당사자가 되니 공포감이 엄습해 왔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 의사 업무에도 지장을 받게 될 터였다. 환자에게 내린 처방전을 내 자신에게 동원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자기 귓병을 못고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가 창피했다.

돌발성 난청에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혼자 속앓이를 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 앞에서는 오른쪽 귀만 들리면서도 양쪽 귀가 잘 들리는 척했다.

돌발성 난청은 1주 이내에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다. 그런데 필자는 2주일이 지나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자 포기하기 시작했다.

보청기라도 낄 수 있게 약간의 청력만이라도 남아있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보청기를 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발병 18일째의 저녁에 아기 울음소리가 미약하게 왼쪽 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동료 의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불안에 휩싸인 환자의 입장이 돼 나날을 보냈다. 스스로 약물치료도 병행했다. 발병 6주가 지나자 왼쪽 청력이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지옥에 떨어졌다가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

그 때 경험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되돌아 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화식ㆍ해맑은 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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