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어린이 건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 적기(適期)이기도 하다.감기만 걸리면 늘 코가 막히는 아이, 이가 심하게 들쭉날쭉한 아이, 한 학기가 지나도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라면 방학에 병원을 찾아보자.
■비만
요즘 어린이의 대표적 질환으로 떠오른 것이 비만.
비만아동은 친구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고 각종 성인병을 불러와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30이 넘으면(20~25 정상) 비만이라고 하는데, 성장중인 어린이에게 도식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GF소아과 고시환 원장은 “지난해에 비해 체중이 매우 급격히 증가했거나, 남자아이의 가슴이 나오고 고환이 작을 때, 여자아이도 가슴이 지나치게 크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선 혈액검사, X선촬영, 심전도검사를 통해 호르몬 균형이 깨지지 않았는지, 지방간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방학동안 몇 ㎏을 빼겠다’는 생각은 금물.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모는 “이것 먹어라” “이건 먹지 마라” 등 잔소리를 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장을 보면서 직접 먹을 음식을 고르도록 하고 식사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설탕과 소금, 조미료, 저장식품을 최대한 줄인다. 또 아이가 콤플렉스를 갖지 않도록 사랑받고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축농증
감기를 앓을 때마다 코가 막히거나 가래, 만성 기침에 시달리는 아이라면 축농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축농증에 걸리면 코가 막히고, 누런 코가 나오며, 냄새를 잘 못 맡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은 “원래 축농증 증상은 커가면서 나아지지만 최근엔 환경, 식습관 등 영향으로 축농증이 만성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치료를 권장했다.
병원에 와서 X선 촬영, 내시경 검사,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
축농증은 대부분 3~4주간 약물치료를 받으면 된다. 코 속에 물혹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만 수술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발육 중이므로 만 15세가 넘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으로 한쪽 코에 30~40분이면 수술이 끝난다.
■행동장애
새로 학교에 입학하거나 학습부담이 커지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 일과성으로 넘어가지만 한 학기가 지났는데도 문제가 계속된다면 소아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자칫 미루다간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가장 흔한 문제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아무리 주의를 줘도 다시 떠들거나 딴 짓을 하고, 결과적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학습이 부진해지고, 준비물 숙제 등을 잘 빼먹는, ‘지나치게산만한 아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약물치료로 70%는 호전되지만 방학동안 사회성 증진 집단치료, 개인학습치료 등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또 심리적 중압감이 클 경우 아이는 눈을 깜박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 틱(tic)장애를 나타낼 수 있다.
일시적 틱장애는 학령기 아동이 5~10%에서 나타나는데 1년 이상 계속되면 만성 틱장애, 심하면 뚜렛증후군으로 발전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중이염
여름철 물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어린이들이 감기 끝에 급성중이염에 걸릴 수도 있다.
급성중이염을 방치할 경우 고름이 고막 뒤쪽에 고이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미래이비인후과 박현민 원장은 “만 1세에서 8세 사이 아이들의 약 10%가 삼출성중이염을 앓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나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서투르고 통증도 심하지 않아 악화할 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중이염을 앓았던 아이들은 감기 때마다 의식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기타
치열이 고르지 못한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3, 4학년 시기가 치아교정에 적당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안정이 덜 될 수 있다.
아이의 어깨가 기운 것이 눈에 띄면 허리가 S자로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인지 살펴야 한다.
성장이 급격한 10~14세 여자아이에게 잘 나타난다. X선 촬영 진단을 해보고 휜 각도에 따라 물리운동, 보조기 착용, 수술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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