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의 오리지널 약이 동일한 성분의 국내 제약회사의 카피 약보다 턱없이 비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두 약품 간 가격이 최고 23배까지 차이나고 보험 약값이 200% 이상 차이가 나는 품목도 66개나 된다는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가 발단이 되었지요.
오리지널 약품이 특허기간(20년)이 지나도 약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 로 의사들과 소비자들이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시각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 중에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는 사실 국내 제약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이지요. 대표적인 예로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지난해 무려 400여 명의 의사들을 해외 학회에 초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로비에 녹아서 의사들이 값싼 카피 약보다 비싼 오리지널 약을 처방했을까요.
한 대학병원 약리학 교수는 “사실 카피 약이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능을 보인다면 굳이 오리지널 약을 처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카피 약의 효능은 경험상 오리지널 약효의 70~80%에 불과하며 심지어 일부 카피 약은 약효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다른 대학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특히 위장약과 항생제 등에서 카피 약의 효과는 오리지널 약보다 훨씬 약효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값싼 카피 약보다는 비싼 오리지널 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카피 약이 오리지널 약과 같은 효능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정부가 생물학적인 동등성 실험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험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오리지널 약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의사와 환자가 약효를 신뢰할 수 있도록 국내 카피 약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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