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요 대기업들의 자산운용에 ‘이중비상’이 걸렸다.하나는환율비상. 매출의 대부분을 수출, 특히 달러결제에 의존하는 이들 대기업으로선 시간이 흐를수록 값어치가 떨어지는 달러화 자산운용에 골치를 썩고 있다.다른 하나는 현금운용 비상으로 대규모의 이익실현으로 현금보유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어디에 써야 할 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 환율비상
삼성전자의달러결제비중은 약 70%. 상반기 19조8,000억원 매출 가운데 수출은 13조5,000억원으로 이중 9조5,000억원을 달러로 받은 셈이다.LG전자도 9조6,000억원 매출중 수출로 6조2,000억원을 벌었다. 80%의 달러결제비중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달러로 받은 돈은 5조원에 이른다.두 기업 모두 전체 매출중 절반이 달러화 변동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금같은 환율하락기엔 달러화는 보유할수록 손실만 커진다. 때문에 최대한 네고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상책이나, 이 경우 원화절상을 더 부추기게돼 당국도대기업들의 네고집중을 억제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관계자는 “달러로 받은 돈은 가급적 달러로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아울러 유로화 및 엔화비중을 높이고, 비(非)달러통화에 대한 헤지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현금운용비상
주요대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은 최대규모다. 삼성전자 3조8,000억원을 비롯, LG전자(5,600억원) 포스코 (7,100억원) SK텔레콤(9,000억원)등 ‘빅4’의상반기 순익은 6조원에 달한다. 저금리 장기화속에 기업들로선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써야할 지가 새로운 경영과제로부상하고 있다.
고민이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다. 2ㆍ4분기말 현재 보유현금(현찰+현금성자산)은 약 6조원. 연말이면 7~8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돈을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35%에 달하는 삼성전자로선 수조원의 돈을 연 6~7%짜리 금융자산에투자한다면 오히려 ROE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현재 잉여현금을 부채상환, 투자, 자사주매입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빚 갚기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억달러의 외화채권(10월 만기) 조기상환계획을 발표했지만, 신청액수는 10%인 3,000만달러에불과했다. 지난해 차환발행했던 1조원 규모의 회사채도 현 금리수준에서 조기상환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국채에 버금가는안정성이 보장된 삼성전자 채권을 투자자들이 굳이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이와는 별도로 ▦설비투자규모를 2,300억원 가량 확대하고 ▦확정된 1조원(5,000억원은 이미 소진)외에 추가적 자사주매입을 추진하는 등 현금소진방안을마련하고 있지만,금액상 자산운용효과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지주회사 분리로 부채비율이 221%까지 높아진 LG전자는 잉여현금으로당분간 부채감축에 주력하면서, PDP와 휴대폰등 주력사업 투자에 활용키로 했다. SK텔레콤은 쌓이는 현금을 우선적으로 KT 지분인수(신규투자)자금으로활용한다는 계획이며, 포스코의 경우 보유현금으로 향후 기아특수강 인수(신규투자)를 검토중이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자산운용의 효율성과 환율대처능력을 높이기위해 상반기 4,5명의 MBA출신들을 채용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전문가를 추가 확보, 자금팀에 집중배치키로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