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질적인 성숙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은 필수적이다.그러나 이 제도 도입이 삶의 질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치밀한 준비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주요 과제로는 우선 직장에서 시간 관리의 합리화 및 효율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여가와 소비패턴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연간 50일 정도의 추가 휴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항상 이틀간의 연휴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월차가 통합됨에 따라 휴가의 규모화도 제고될 것이다.
이같이 확대된 휴가 및 여가시간을 어떻게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추어 가는가, 또 삶의 질을 높이고 재창조의 원천으로 활용하는가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장기적 성패를 결정하는 관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국민의 여가 패턴은 계층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잠을 자거나 TV 시청 등 일차원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가 관련 산업도 소모적인 분야에 편중되고 있다. 더욱이 여가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공공시설과 인프라도 대단히 빈약한 실정이다.
많은 근로자들은 평일과 휴일을 막론하고 바람직한 여가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관리, 학습, 문화활동, 지역사회참여 등에는 거의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지난 날 가난했던 시절의 한풀이로 먹고 마시고 나다니는 소모적인 소비문화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대폭 늘어난 여가나 휴가가 지금과 같이 소모적이고 한풀이식으로 소진된다면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반감되고 왜곡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부합하는 여가 문화의 창출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재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개인의 직업 능력 개발을 도모하고 풍성한 문화예술 중심의 여가 문화가 요구되는 시대적 요청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노·사·정 모두 여가 문화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가를 소비적으로 보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결코 잘 이끌 수 없다.
동시에 새로운 개념의 사회문화 인프라의 확충과 창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문화시설을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그 자체가 핵심적인 사회 인프라가 될 것이다.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문화활동에 할애하는 것이 지식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 개발과 재창조의 지름길이다.
일례로 생활 공간 주변의 공공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가족 또는 지역공동체 단위로 창조적인 휴식을 취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도 서울의 경우에도 인구가 100만명을 초과하는 구(區)에 공공도서관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김장호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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