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 백화점과 신용카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부작용 확대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는 반면, 카드 업계는 희색이 만면하다.■ 반발하는 백화점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은 최근 백화점협회에서 실무 모임을 갖고 정부의 신용카드 결제 허용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업계의 반대 논리는 신용카드로 상품권 구매를 허용할 경우 뇌물 등 음성적인 용도의 상품권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사채업자에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을 조달, 신용불량자가 더욱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입장에서야 어찌 됐건 상품권 매출이 늘어나 반길 일인데도 이같이 반대하는 것은 상품권이 자칫 지하경제의 온상으로 지목돼상품권 제도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득실을 비교할 때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보다 상품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 더 손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가 겉으로는 반대하면서도 다른 속내를 감추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용카드 구매 허용으로 상품권 매출이 늘어나게된 백화점 업계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다는해석이다.
■ 환호하는 카드업계
올해 7조원 가량에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품권 시장을 고스란히 고객으로 맞이하게 된 신용카드 업계는 정부 조치를 크게 환영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신용카드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품권의 신용카드 구매가 허용되면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반기는 또 다른 이유는 카드에 쏠렸던 부정적 이미지를 백화점 상품권에 그대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 신용카드로 할인을받아 급전을 조달하는 속칭 ‘카드깡’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카드깡 대신 상품권 할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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