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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로 부천영화제 참가/ 쌍둥이감독 팽 형제-"이야기가 우선, 스타일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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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로 부천영화제 참가/ 쌍둥이감독 팽 형제-"이야기가 우선, 스타일은 다음"

입력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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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콕 데인저러스’(1999)로 태국영화의 존재를 부각시킨 쌍둥이 감독 옥사이드 팽(37)과 대니 팽이 새 작품 ‘디 아이’(2001)를 들고 부천영화제를 찾았다.‘디 아이’는 젊은 여자 시각장애인이 각막이식수술을 받은 후 죽음의 환영에 짓눌리게 된다는 내용의 호러물. 이십 년 만에 눈을 뜬 그녀 앞으로 시체들과 죽음의 사자들이 잇따라 찾아온다. ‘첨밀밀’의 홍콩 진가신이 제작했고, 5월 홍콩에서 개봉해 13일만에 1,000만 달러 흥행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팽 형제는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와 광고 일을 하다가 타이로 무대를 옮겼다. 거기서 한 농아(聾啞) 킬러의 사랑과 죽음을 고감도 테크닉으로 형상화한 ‘방콕 데인저러스’를 만들었다.

선혈 낭자한 퀜틴 타란티노의 ‘헤모글로빈의 시학’과 왕자웨이의 감각적인 스타일이 절묘하게 혼합된 이 영화로 이듬해 토론토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을 비롯, 태국 비평가 협회상 6개 부문을 휩쓸어 ‘아시아의 코엔 형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디 아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통은 볼 수 없는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 수 많은 귀신 에피소드들은 어디서 얻었나.

“청취자가 전화를 걸어 귀신얘기를 하는 홍콩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참고했다.”

-‘디 아이’의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나.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에서 귀신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홍콩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혼자 못 타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자들이 휴대폰으로 ‘엄마 1층까지 내려와줘’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다.”

-‘방콕…’과 ‘디 아이’ 모두 스타일만 돋보이는 영화라는 비판도 있는데.

“‘방콕…’은 형제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두 작품 모두 이야기가 먼저이고, 스타일은 나중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난 다음에 빛과 소리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팽 형제는 아이디어가 같을 때마다 함께 작업하는 ‘프로젝트 팀.’ 옥사이드는 CF 감독 출신답게 이미지 연출에 빼어나다는 평을 들으며, 대니는 홍콩 최고의 편집 기사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형제가 함께 작품을 만들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다.

옥사이드가 “좋은 점을 반씩 갖고 있고”라며 운을 떼니까 대니가 “서로 그걸 나눠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마무리했다. 하나가 얘기를 꺼내면 다른 하나가 끝맺음을 하는 코엔 형제를 보는 것 같았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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