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라도 옛 장터를 짘야 하지 않겠소"한때 지리산 자락 영ㆍ호남 사람들의 최대 장마당이었던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서 50여년 가까이 호미와 낫 만들기로 외길 인생을 사는 대장장이가 있다. '화개장터 대장간' 주인 탁수기(63)씨.
16세 때 대장간을 운영하던 어버지의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기 시작한 탁씨는 지리산 화개골 '토속 농기구의 대부'이다. 탁씨는 기계영농이 발달해 각종 농기구가 자동화된 요즈음 농민들이 특별히 찾지도 않는 우리 농기구 만들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돈 벌기 보다 사라져 가는 우리 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매일 오전 5시부터 풀무질로 화로에 불을 붙여 섭씨 2,000도 이상을 유지한 뒤, 무쇠덩어리 하나를골라내 여러 번 두드려 대강의 모양을 낸 후, 물속과 불속에 집어넣기를 반복, 10회 이상 연마과정을 거쳐 한 자루의 농기구를 탄생시킨다. 하루 종일 땀 흘려 땅거미가 내려 않을 때 까지 만들어봐야 고작 10개 남짓이다.
그나마 팔리는 것도 가끔씩 찾는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구입하는 정원 손질용 호미와 가정용 식칼 몇자루가 전부이다.
탁씨는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장마당에 쌓아 놓고 장날이면 투전판을 벌이던 지리산 사람들이 그리워진다"면서 "내 손으로 만든 호미와 낫이 우리 농촌이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찾아 묵묵히 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그는 생을 마감할 대까지 대장간 풀무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동=정창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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