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둘라 헹리슈 지음·이미옥 옮김/문예출판사 발행·1만원“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다.”
30여년 전 캐나다의 미디어 연구가 마샬 맥루한은 미래의 세계를 이렇게 내다 보았다. 그의 전망대로 이제 공항과 역, 기차 안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무릎에 노트북컴퓨터를 올려놓고,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 언제라도 연락 가능한 상태로 있다. 공장이나 사무실의 주어진 공간에서 평생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이들의 집은 바로 인터넷 홈페이지다. 이런 이들을 ‘잡 노마드(job nomad)’라 부른다.
독일의 미래학 전문가 군둘라 엥리슈가 쓴 ‘잡 노마드 사회’는 미국과 유럽 등의 인터넷경제 지식 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잡 노마드의 실상과 그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정해진 작업, 경직된 상하관계, 늘 똑 같은 삶. 책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직장인들의 욕구가, 한 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정체되지 않고 상하의 위계질서가 희박하며 낯선 삶의 방식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유목민적 경제생활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사례로 잡 노마드를 제시한다.
이들은 1인 사업체의 사장이자 직원이다.
다른 기업으로부터 따낸 일을 끝내면 다시 일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소득도 높은 편이다.
가족과 수백 아니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살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동체적 삶을 부인하지는 않아 그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 협조적인 생활을 하기도 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정신적으로 풍요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바탕으로 장차 정규직 직원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잡 노마드가 대체하고 국가나 민족, 국민경제 등의 개념도 희석될 것이라고도 전망한다.
하집만 저자는 이런 현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사회가 자연스럽게 잡 노마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너무 강조돼 있다.
잡 노마드가 어느 사회에서나 돈벌이가 가능한 고급 두뇌에 한정되는데도 이를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그렇더라도 획일화한 생활의 탈피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데다 한국 사회에서도 IT 분야 등에서 잡 노마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을 완전히 부인하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잡 노마드의 확산 속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잡 노마드가 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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