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히트문 지음ㆍ곽영미 옮김, 민음사 발행ㆍ전2권 각권 1만원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인 윌리엄 히트문이 지은 ‘블루 하이웨이- 시골길로 가는 미국여행’(민음사 발행)은 부제 그대로 시골길 중심의 미국 여행기이다. 소행 밴을 몰고 100여 일 동안 미국의 시골길을 따라 2만㎞를 여행한 저자는 두 권 분량에 이르는 꼼꼼한 여행기를 통해 잊혀져 가는 시골 마을과 평범한 그곳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삶의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블루 하이웨이(Blue Highway)란 미국의 옛 지도에서 주 도로는 붉은 색으로, 국도는 푸른 색으로 표시하던 전례에서 따온 말로 시골길과 통하는 말이다. 저자는 서른여덟 살에 아내와의 불화, 직장을 잃은 낙심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전국 일주에 나서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일부러 좁은 국도를 따라 낯선 장소들을 찾아가면서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러한 장소들에 찬찬한 시선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만난 시골 사람들이 들려준, 각자 터득한 삶에 대한 통찰을 잠언처럼 전해준다.
저자는 컬럼비아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켄터키를 지나 버지니아를 거쳐 남쪽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로, 텍사스를 거쳐 서부 아리조나로, 북쪽 아이다호를 거쳐 동부 뉴햄프셔로, 그리고 다시 인디애나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가 미국 땅을 횡단하거나 종단하지 않고 이렇듯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미국 시골 사람들의 삶과 꿈을 엿볼 수 있다. 앨라배마 주를 찾은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평화 행진을 벌인 실번 가(街)에서 남부 흑인들의 슬픔을 보고, 켄터키 주 플레즌트힐의 한 전통 음식점에서는 공동체를 이루고 우주의 섭리를 따르면셔 물질문명에 집착하지 않았던 셰이커 교도들의 강직한 삶을 떠올린다.
이름난 여행지가 아닌 뭇 시골 마을을 돌아보는 기쁨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좀 더 멋진 장소를 찾을 요량으로 다른 곳에 갔더라면 플라타너스 아래 있는 이런 멋진 개천을 만날 수 없었으리라…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길은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영혼의 눈을 뜨게 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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