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미국 유학을 떠날 무렵 나는 인생관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두세 번씩 불교서적 전문서점을 들러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다 만난 것이 ‘장자, 도를 말하다’라는 책이다. 서양 철학자 토마스 머튼 신부가 쓴 ‘장자의 길’을 텍스트로, 인도의 영적 스승인 오쇼 라즈니쉬가 제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류시화씨가 번역한 것이다.
장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라는 ‘에고’(egoㆍ이기심) 덩어리를 버리라는 것이다. 장자는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모방하지 말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무심하며, 오로지 내면의 침묵 속에서 살아가라고 말한다. 분노도 없고 분노에 반대하는 감정도 없으며, 성냄도, 탐욕도, 폭력도 비폭력도 없는 침묵의 세계에. 그래서 수레바퀴는 회전해도 바퀴의 중심은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바퀴’가 되라고 한다.
그렇게 될 때 에고가 만들어내는 온갖 마음작용에 움직이고 늘 남을 의식하며 남과 구분하면서, 각자 파 놓은 우물 속에서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그 속에 갇혀 세상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는 편협한 나를 버릴 수 있다. 책은 욕망에서 벗어난 단순한 삶을 강조하면서 “지금 이순간에 살아라. 자연스럽게 살아라”고 말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치열한 경쟁의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판사, 변호사 생활을 거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에고’에 집착하고, 나와 남을 분리하는 마음에 젖어있던 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면 깊숙한 곳의 영원한 존재를 안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진다. 에고가 적게 존재할수록 우리는 텅 빈 존재로 향하며, 마음이 완전히 텅 비었을 때 나라는 경계선은 사라지고 대신 우주적 차원의 경계선을 얻는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거대기업과 대형 로펌을 상대로 ‘담배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승산이 희박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도 마음만은 편안하다. 그저 할 뿐이지, 내가 무엇을 했다는 생각도, 무엇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애야 한다는 장자의 가르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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