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독립적인 개인으로 새로 태어나고 싶었습니다.”대통령 3남 김홍걸(金弘傑)씨는 19일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최규선(崔圭善)씨와 어울리게 된 이유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홍걸씨는 “야당총재, 대통령의 아들로 살아왔던 현실이 행복하지만은 않았기에 평범한 사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며 “최규선이 대통령 아들인 자신을 통해 위세를 과시하려 했다면 나는 최씨의 사업수완을 통해 사업가로 거듭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가 알 왈리드의 자본을 유치해 투자회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해 왔을 때 이것이야말로 아버지와 형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며 “이에 대한 집착 때문에 최씨가 주선한 S건설 손모 회장, D사 박모 회장 등 문제가 된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여름 김 대통령이 자신의 사업구상에 대해 탐탁치 않아 하며 “사업을 하더라도 내 퇴임 후에나 생각해 보라”고 만류, 사업시기를 퇴임 이후로 미루기도 했지만 미련을 끊지 못하고 최씨와 계속 만났다는 것.
이와 함께 홍걸씨는 “최씨가 ‘투자회사 설립에는 국내 사업파트너도 필요하다’며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면 나는 모임에 나가 자리를 지켰을 뿐 구체적인 청탁을 받은 적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일도 없었다”고 말해 자신의 역할을 ‘얼굴마담’으로 규정했다.
그는 “마치 신기루를 쫓은 허망한 느낌”이라며 “아버지의 구속과 연금을 지켜보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자신에 이어 어린 두 아들에게 마음의 고통을 주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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