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널리 사랑 받아온 책을 하나만 들라면 단연 '삼국지'가 꼽힌다.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삶의 지혜와 처헤술 등을 일러주는 고전으로 자리잡은 삼국지는 요즘도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영화 만화 게임 등으로 변주되고 있다.김문경 일본 교토대 교수가 쓴 '삼국지의 영광'은 이 불멸의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고 발전해온 과정과 식을줄 모르는 열기의 문화적 의미 등을 해부한 책이다.
소설 형식의 삼국지(삼국지연의)는 명나라때 과거를 보려는 유생들을 위한 수험서로 첫 등장했다. 당시 각종 교재의 주석서와 축약본이 유행했는데 소설 삼국지도, 분량이 길고 난해한데다 값도 비싸 접하기 힘든 정사(正史) 삼국지의 다이제스트판으로 출판됐다.
1494년 간행된 현존 최고(最古)의 소설 삼국지에는 원나라의 나관중이 작자로 돼있다. 그러나 이는 흥미를 끌기 위해 당대 최고 이야기꾼의 이름을 빌린 것일뿐, 실제로는 구전되던 이야기가 연극 공연 등을 통해 다듬어져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인이라면 예외 없이 삼국지를 재미있어 하는 것은 이러한 집단창작 과정을 거치며 중국인의 정서가 짙게 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점에서 오늘날에도 삼국지를 읽는 것이 중국 문화와 역사, 중국인의 국민성, 사고방식 등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바른 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삼국지 내용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삼국지에서 드러난 정통론과 오행사상, 춘추대의 등 핵심 사상의 의미와 현대 중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도 다룬다. 삼국지가 한국과 일본에 전래된 과정과 수용태도의 차이점을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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