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기본적 의식주를 국가가 보장해 주던 경제 운용 방식을 폐지, 본격적인 시장경제 도입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5면19일 베이징(北京)의 소식통과 최근 북한을 여행하고 돌아 온 목격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1일 쌀 배급제를 전면 폐지, 주민이 직접 시장에서 구입하도록 하고 국가 부담이던 주택임대료와 광열ㆍ수도비 등을 주민이 지불하도록 하는 등 ‘임금에 의한 생활’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노동자와 농민, 군인 등의 급여를 17~20배로 인상했으며 생필품 가격이 10배 이상 따라 올랐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무료였던 주택임대료가 ㎡당 6~15원으로 책정됐고 ㎏당 80전에 배급되던 쌀은 현재 53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북한 당국은 발본적 경제 개혁의 내용을 주민에게 통보했으며 각 공장과 기업에는 독립채산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실리 추구 정책의 결과로서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ㆍ공급 체계가 화폐를 통한 교환경제로 바뀌는 출발점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5면
북한은 이와 함께 아리랑 월말 아리랑 축전 폐막 이후 종래 외화 교환이 가능한 ‘태환 화폐’와 불가능한 ‘인민 화폐’로 나뉘어 있던 화폐 제도를 개혁, ‘인민 화폐’로 일원화할 방침이라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이 방침은 대외 교역 증대를 염두에 둔 외화제도 정비인 것으로 해석됐다.
소식통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도하려다 준비 부족으로 연기된 끝에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은 2~3년 전부터 나진ㆍ선봉 경제특구에서 이런 조치를 시범 실시, 그 성과에 따라 이번에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 관리가 이번 조치에 대해 “생산력 해방, 생산 자극으로 가치가 실현되고 투명도가 높아져 우리 경제가 활기를 띨 것” 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최근 평양에 들렀던 한 관광객은 이번 조치로 평양의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하철 요금이 10전에서 2원으로 인상됐고 냉면값이 뛰어 옥류관의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독립채산제 도입으로 종사자들의 접객 태도가 많이 친절해 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식량난 가중에 따라 그 동안 묵인해 온 농민시장에서의 식량 구매를 양성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인지, 경제시스템의 발본적 변화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의 조치는 내부 자본의 희소성에서 나온 시스템 변화로서 상당한 준비 끝에 단행된 국가적 개혁”이라며 “시장경제의 도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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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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