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잡기 위해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의뢰한 아파트 분양 적정가 평가를 건설업체에 자율조정할 것을 권고하면서 소비자 서울시, 그리고 건설업체 사이에 아파트 분양가 적정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시민단체는“건설업체들이 적정 이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분양 열기에 따라 가격을 무한정 올리고 있다”며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건설업체들은“청약과열 및 주택서비스의 향상에 따른 것으로 과거의 규제로 회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자혜(金慈慧ㆍ51) 사무총장과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炫我ㆍ31) 박사로부터 입장을 들어보았다.
■찬성-김자혜 소비자문제 시민모임 사무총장
●가격상승의 악순환만 되풀이
“내 집 마련에만 10년 9개월이 걸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장의 논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김자혜 사무총장은 서민의 주거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재 성격이 강한 주택을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길 수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면 기존 아파트 시세가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시 분양가가 치솟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기존의 매매가격을 상승시키는 주범인 아파트 분양가를 적정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원가계산 방식을 기준으로 건축비, 토지비 등 현재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시장가격을 비교한 뒤 “현재 가격에서 20% 정도는 인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비의 원가는 공시지가의 120%선”이라며 “시세의 3~4배를 주고 구입한다고 하지만 분양가를 먼저 책정한 뒤 토지비를 꿰어 맞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건축비 역시 고급 내장재 사용보다는 조합운영비 및 분양가의 중복계산 등으로 인해 많이 부풀려졌다”며 “재건축 조합의 운영비, 광고비, 분양대행수수료, 견본주택 운영비 등 기타 사업비가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후분양 제도와 리모델링의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7차 동시분양부터는 아파트 건축비 내역을 세밀하게 나눈 분양가 산출 표준서식을 만들어 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김현아 건설산업 연구원 연구위원
●부대시설 등 부가가치 감안해야
“주택의 품질 향상과 주거서비스 정착을 저해할 수도 있다.”
김현아 박사는 “실제 시장가격을 무시한 원가 계산방식은 실제 아파트 가격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시가의 60~70% 수준에 불과한 공시지가나 재건축 시 용적률 증가로 늘어나는 기대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토지가격은 문제가 있고, 표준건축비 역시 저렴한 공공주택건설 기준이어서 고급화 추세에 있는 아파트가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더 낮아야 된다는 생각은 과거 규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편견일 뿐”이라며“신축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면 그 자체가 프리미엄이 되어 청약과열 및 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비와 건축비 외에 사업실패에 대한 리스크나 금융비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건설사업은 기획 및 토지구입 단계부터 착공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3년 길게는 7~8년이 걸리는 장기사업이므로 토지 매입 당시 가격이 아니라 보유기간에 따른 기회비용, 금융비용이 분양가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분양가 자율화 이후 입지요건 뿐 아니라 경관, 브랜드와 같은 각종 부가가치가 분양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 및 층에 따라 경관ㆍ조망이 달라지고, 또 시공업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런 부가가치 확대에 노력하고 있는데 원가기준 가격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분양가 기준
1998년 분양가 자율조치 이후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97년 평당 502만원이던 서울지역 분양가는 지난해 745만원으로 48% 급등했고, 강남지역은 평당 691만원에서 1,330만원으로 2배 가량 됐다.
서울시는 5월부터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 제5ㆍ6차 동시분양 평가를 의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5차 아파트 분양업체 중 11개 업체와 제6차 아파트 분양업체 중 9개 업체(10개 아파트)에 대해 분양 가격인하를 권고했다.
제5차의 경우 11개 업체의 분양가가 내렸고, 제6차의 경우 평당 40만~1,500만원씩 분양가격이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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