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해 많이 생각한 주였다.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탄생하는가 싶더니 이어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총리의 학력 위조 논란에다 땅투기, 아파트 개조까지 하루 한가지씩 다양한 시비거리가 이어졌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총리의 국정 경영 능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여론 재판이라는 동정론과, 국가의 최고 지도자들에 한해서만큼은 아무리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도 과하지 않다는 당위론이다.
하지만 장상 총리서리의 경우 그의 성별이 ‘여성’이라서 더 가혹하게 당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한나라당의 한 실력자는 대통령 유고시 여성총리가 어떻게 국방을 감당할 것이냐는 모욕적 발언을 했다가 사표까지 냈다.
장 총리서리와 똑같은, 국방 문외한의 학자 출신 남성이 총리가 되었어도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겨우 임기 7개월여를 남겨놓고 여성을 선택한 것은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이는 정치적 술수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이번 총리 임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세간의 좀 지나치게 뜨거운(?) 반응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은 단군 할아버지 이래 처음으로 ‘여성 총리’라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성문제에 관한 한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는 서방세계에서 여성이 명실상부한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된 것은 1979년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가 최초였다.
11년간 영국을 이끌면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한 그는 각종 사회복지 혜택을 과감하게 줄이는 과정에서 학교 급식 우유까지 중단, 엄마들로부터 ‘우유 도둑’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1982년 포크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내곤 “오늘 우리는 ‘영국’(Britain)앞에 ‘대’(Great)자를 도로 붙이게 됐다”고 선언한 것은 그의 배짱을 잘 보여주는 일화이다(여자가 국방을 모른다고?).
이런 면모들 때문에 철나비, 유럽의 마녀로도 불렸던 대처 총리는 지금까지도 열렬한 찬사와 차가운 비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반대론자들 조차 부인 못하는 사실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그가 한 국가의 지도자를 넘어 한 시대의 지도자로서 누구보다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대처리즘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있어도 그의 성별을 문제삼는 사람은 이제 없다.
“마가렛 대처라는 여성의 가장 큰 공적은 영국병의 치유가 아닌 여성지도자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잠재운 것”이라는 한 역사가의 평가가 유난히 귓전을 울린다.
이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사람은 히딩크가 아닌 장상 총리서리이다.
/이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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