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의 소각된 가정 쓰레기가 폐기 장소를 찾아 16년 동안 전세계 12개국 이상을 방황한 끝에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쓰레기의 ‘이상한 여행’ 은 1986년 펜실베이니아주 매립지가 꽉 차 시 당국이 이 쓰레기를 ‘수출’ 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1만 4,855톤의 쓰레기를 실은 ‘카이언 십’ 이란 이름의 화물선이 미국과 바하마와의 협의 하에 바하마의 인공섬으로 향할 때만 해도 쓰레기의 운명은 순조로운 듯했다.
그러나 가는 도중 바하마 정부가 마음을 바꿔 화물선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쓰레기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린피스 등 세계 환경단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국제 환경문제로까지 비화한 이 쓰레기 화물선은 이후 12개국 이상을 떠돌았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버뮤다, 남아프리카의 카포베르데, 도미니카공화국,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공화국,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네덜란드령 서인도 앤틸리스, 필리핀, 세네갈, 스리랑카 등 전 세계를 일주했다.
항해를 시작한 지 1년여 뒤 이중 배설물 등 오물 4,000여 톤을 거름용으로 아이티 해변가에 하역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 사실을 전해들은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또다시 유랑의 길을 떠났다.
10여년 뒤인 1988년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 1만 톤 가까이 남아있어야 할 쓰레기는 화물선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항해 도중 대서양과 태평양에 무단으로 버려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화물선의 소유권이 옮겨간 두 선박회사 직원들은 쓰레기 투기 혐의로 감옥살이를 했다.
이번에 귀환하는 쓰레기는 아이티에 버린 것 중 남아있던 2,500여 톤. 아이티 해변가에서 쓰레기를 제거하기로 한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플로리다로 운반된 쓰레기는 미국 내에서도 하치장을 찾지 못해 이곳 바지선에서 2000년까지 또다시 10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올해 쓰레기의 원산지 펜실베이니아주 당국이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쓰레기도 처리해야 한다” 는 주장을 수용해 플로리다로부터 쓰레기를 받기로 하면서 쓰레기의 한많은 유랑생활은 마감됐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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