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에서 작품 수출이 전부는 아닐 텐데 극장 수출은 불가능할까.복합상영관으로 국내 진출한 미국(메가박스) 호주(CGV)처럼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에이, 우리도 노하우가 부족해 수입하는 판에 수출은 무슨. 그럼, 세계 모든 시장은 선진국 독차지겠네. 찾아보면 분명히 우리 것으로도 최고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장이 얼마든지 있을 거야.
‘좋은 사람들’의 김태형(36) 대표는 이런 자문자답 끝에 베트남에 우리 극장을 진출시켰다.
4월27일 베트남 국영영화사인 파필름과 9대 1로 손잡고 100만 달러를 투자해 호치민에 문을 연 다이아몬드시네마(3개관, 432석).
베트남의 유일한 외국계 극장이자 복합상영관이며 우리 극장 해외 수출 1호이다.
대형 단일관 형태의 극장이 겨우 3개 밖에 없는 호치민에서 다이아몬드시네마는 단연 인기이다. 평균 좌석점유율 50%.
입장료는 다른 극장의 2배인 3만~4만동(2,700원~3600원)이나 된다.
주로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무성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1인 변사가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를 도맡아 더빙을 한다.
TV방영 외화까지 그렇게 하고 있어, 자막으로 상영하면 불만이 크다. 최근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 와 ‘체인지’는 연일 매진.
한국영화 인기가 이렇게 높은 줄 그도 몰랐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어서 정서가 비슷하다. 한류의 덕도 있다.”
한달 관객입장 수입 2만 달러는 임대료, 고정비 등으로 모두 나간다. 그래도 첫 달부터 흑자였다.
워낙 광고 기회가 드물다 보니 업체 한 군데서 월 2만 달러에 광고물 상영권을 독점 구매한 덕분이다.
내년에는 하노이 하이퐁 다낭에도 다이아몬드시네마를 개관한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치안이 안정돼서 선택했다. 수익이 아무리 나도 치안이 불안하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제목을 딴 ‘좋은 친구들(Goodfellas)’이란 회사를 차려 극장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8년 1월이다.
대학(중앙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졸업 후 충무로에서 연출부 생활, 극장영업, 영화홍보 및 마케팅으로 8년을 보내고나서였다.
경기 평택에 뉴코아 3개관을 열었다. 극장이 없는 지역의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치고 들어간 대신 낮은 천장 등 열악한 조건은 스크린 뒤쪽에서 영사하는 독특한 방식을 썼다.
처음 2년 동안은 지역 배급자들의 횡포와 관객을 뺏기게 된 다른 극장들의 반발로 영화를 받지 못했다.
극장을 창고로 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배급사를 설득해 직접 배급받는 방식을 실현시켜 지금은 제주 뉴월드시네마, 평촌 킴스시네마 등 국내에만 8개 복합상영관을 운영한다. 매출액이 연 200억원 대에 이르는 극장업계 ‘큰 손’이다.
그리고는 눈을 해외로 돌렸다. “국내 복합상영관 시장은 1,200개관이 되는 3년 후에는 과포화상태가 될 것이다. 베트남이 그 대안이다.”
안정적인 영화 배급을 위해서 1일 시네넷을 설립, 영화제작과 메니지먼트 사업도 시작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