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18일 국회 대표연설은 전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후보 공천 완료로 막이 오른 8ㆍ8 재보선 정국의 가파른 대치와 파란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서 대표는 이날 ‘중대 결심’ ‘국민의 결단’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 집권세력에 대한 파상 공세를 통해 재보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19일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연설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저항과 역공을 부를 것으로 보여 7월 임시국회와 23일부터 시작되는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에 양당간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 대표는 공세의 초점을 철저하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맞추었다. 그가 비난한 대통령 아들 및 친인척 비리, 아태재단 비리 의혹, 햇볕정책 등은 하나같이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사안이다.
또 김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강하게 제기했고 7ㆍ11 개각의 결과를 ‘대통령 친위 내각’으로 폄하했다. DJ 때리기로 정권의 기반인 민주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를 무력화, 재보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득표 기반을 굳히겠다는 의도이다.
반(反) 부패와 정치혁신을 위해 국회에 정치혁신 특위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실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위의 주안점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반부패 입법이 아니라 부패청산과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그리고 특검제 관철에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아울러 집권 세력의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세에도 미리 차단막을 쳤다. 그는 “국가 사정기관이 이 후보 음해공작을 진행중이라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음모와 공작정치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 대표는 이어 자신에 대한 공작설도 제기했다. 한 측근은 “지난해 분당 파크뷰 아파트 비리 연루설과 같은 음해가 조만간 또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이 최규선(崔圭善)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폭로가 나온 지 꼭 석 달째인 19일 윤 의원이 검찰의 적극적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회견을 가질 예정이어서 의혹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 대표는 경제와 민생 대책 마련을 위한 양당 정책협의회 재개를 제안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전방위 난타전이 예상되는 재보선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徐대표 연설 요지
■권력형 비리
대통령은 특검을 임명하는 결단을 내려 특검이 대통령 일가와 권력 핵심의 부패 진상을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도록 하라.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결단할 것이다. 진정한 헌정 질서란 부패한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국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부패청산은 국가 대혁신과 국민 대통합의 시작이다.
■정치혁신
식물국회를 막을 원칙을 국회법에 반영하고 의원 빼가기와 정략적으로 국회의원을 꿔 주는 구태정치를 막아야 한다. 국회에 정치혁신 특위를 조속히 만들어 당장 실천계획을 수립하자. 대선을 앞두고 흑색선전과 중상모략이 판치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이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소문, 97년 소위 병역비리은폐 대책회의를 했다는 소문, 최규선씨로부터 우리당 의원이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소문 등 조작에 의한 음모ㆍ공작정치를 좌시하지 않겠다.
■대북정책
4년 반 동안 북한에 이용만 당한 무원칙한 햇볕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권 임기가 7개월 남은 시점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국가안보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에 바친 현금이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포탄이 돼서 돌아왔다.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한다고 해서 무력도발을 용인하고 타협해서는 안된다.
■경제안정
선거를 앞둔 과도한 경기부양이나 선심용 사업은 경제에 해가 될 뿐이다. 정권의 임기를 떠나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권력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이 연루됐다. 김대중 정권은 공적자금을 제대로 썼는지, 국정조사에 왜 반대하는 지 이유를 대라. 한나라당은 정권교체 이후라도 공적자금에 대해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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