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상승모멘텀을 찾지못하자 더위먹은 미국 증시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미 증시불안과 달러화 약세 등 외부 악재가 국내 호재를 압도해 무기력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 증시 침체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는 바람에 시장체력과 수급이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냉ㆍ온탕 오가는 불안한 뉴욕증시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일 연속 급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잡지못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400포인트 이상 하락하다 막판 기술주 상승에 힘입어 45.32포인트로 하락폭을 좁혔고, 16일에도 200포인트나 오가는 널뛰기 장세를 이어갔다. 17일엔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다 막판에 69.37포인트(0.82%) 오른 8,542.48로 마감했다.
반면 거시지표는 뚜렷한 회복세다. 그린스펀 의장은 17일 오전(현지시간) 의회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2~2.5%보다 높은 3.5~3.7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말이다. 6월 산업생산증가율, 공장가동률 등도 시장의 예상을 상회, 그린스펀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미국 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이 제시한 낙관적 전망보다 회계부정과 주가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우의 저점 확인이 반등의 갈림길
반등의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뉴욕 증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테러사건 이후 추세와 유사하다. 우선 다우지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통적으로 나스닥지수 하락률보다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 해의 경우 다우지수가 1% 변동할 때 나스닥지수는 1.3%의 등락률을 보였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8일 이후 16일까지 8.64% 떨어진 반면 나스닥지수는 2.15% 하락에 그쳤다. 9.11 테러 직후에도 다우지수 하락률이 나스닥을 두번이나 크게 능가했다. 또 테러 직후 거래량이 급증했듯이, 최근 거래량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의 저점 확인이 뉴욕증시 반등의 계기라고 예상한다.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이미 테러사건 이후의 저점(9월21일)을 하향 돌파한 반면, 다우지수는 당시 저점(8,235.81)에 근접해 가는 모습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세가지 주요지수 모두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과매도 국면의 종착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갈림길의 끝자락에 닿은 것은 분명하지만, 만일 다우의 저점 확인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한다면 패닉상태로 들어갈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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