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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선원'서 참선 수행 중인 김종서 前교육개혁위원장"/4년간 참선하니 마음의 눈 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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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선원'서 참선 수행 중인 김종서 前교육개혁위원장"/4년간 참선하니 마음의 눈 떠져"

입력
200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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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은 이제 불가의 수행법만이 아니다. 일반인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벗어던지고 보다 차원 높은 명상에 이르기 위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참선을 통해 견성(見性)하리란 욕심을 내지는 않아요. 그저 참선의 과정 자체가 좋습니다. 참선을 할 때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돼 탐진치(貪瞋癡ㆍ탐욕, 화냄, 어리석음)도 없고 아만(我慢ㆍ자기 교만)에도 빠지지 않게 됩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부총리급인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장을 지냈던 김종서(金宗西ㆍ79ㆍ서울대 명예교수) 박사.

김 박사는 서울 성북구 삼각산 자락에 자리잡은 길상사의 재가자 선방인 ‘길상선원’에서 4년째 참선 수행 중이다. 선원을 찾아 참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1998년 2월 교육개혁위원장을 그만 둔 이후 4년 동안 줄곧 이곳에서 참선을 해 왔습니다. 10여 개 불교 관련 단체의 고문으로 이름을 내걸고는 있지만 사실상 공식적인 활동은 거의 접은 채 참선에만 열중했지요.”

길상사는 법정(法頂) 스님이 3공화국 당시 밀실정치의 산실이었던 대원각을 시주받아 1997년 문을 연 사찰이다.

김 박사는 재가자 중심의 사찰을 만들겠다는 법정 스님의 말을 듣고 길상사 설립자문위원을 맡으면서 이 사찰과 인연을 맺었다.

“최근 재가자 사이에 참선 수행자가 늘고 있어요. 이곳만 해도 현직 교수와 정부 고위 관리, 항공기 기장을 지낸 분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20년간 매일 같이 참선한 이도 있고, 7일간 잠한 숨 자지 않고 철야정진하는 거사도 계시지요.”

그의 말처럼 최근 참선 붐으로 여름이면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기업체 임원 등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운영하는 수련법회에 참석한다.

김 박사의 수행 열정은 남다르다. 그는 매일 오전 10시 길상선원을 찾아 오후 4시까지 꼬박 50분 참선하고 10분 휴식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선원으로 나오기 전에는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집 인근 동작동 국립묘지를 1시간 30분 간 산책하면서 금강경을 3번씩 독송한다. 잠들기 전에도 카세트 테이프로 아미타경을 듣는다.

“불교의 참선은 간화선(看話禪), 즉 화두를 보는 것입니다. 지금의 내게 ‘이 뭐꼬’를 뜻하는 화두는 ‘죽음이란 무엇이냐’는 물음이지요.”

김 박사와 불교의 인연은 1945년 해방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45년 9월 초하루 때 무작정 오대산으로 당대의 큰 스님이었던 방한암(方漢岩)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때 스님의 상좌였던 김탄허(金呑虛) 스님을 만나 신학문을 배웠던 제가 논쟁을 벌였지요. 하지만 결국 논리적인 세계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제가 무릎을 꿇었지요. 당시 스님이 출가를 권했지만 인연이 아니었던지 다시 산을 내려와 공부를 계속하게 됐지요.”

김 박사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범대 학장, 덕성여대 총장, 한국교육개발원 이사장 등을 역임한 교육 전문가.

교육개혁위원장 당시에는 본고사를 폐지하고 종합생활기록부를 성적에 반영하는 정책을 입안했다.

그는 “개인의 특성과 소질에 맞춘 교육을 강조하는 최근의 눈높이 교육 개념도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설법을 달리 하셨던 부처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며 “오늘날 교육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부처님은 이미 2,500년 전에 내놓았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98년 불교적 관점에서 자녀 교육 문제를 바라본 ‘부처님 말씀대로 가르치세요’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딱, 딱, 딱’ 선방의 규율을 책임지는 입승(立繩) 스님의 죽비 소리가 들렸다. 김 박사는 다시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어갔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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