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입니다.’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은 외국국적을 가진 동포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안이 발표되자 사업주들은 한결같이 실효성에 고개를 내저었다.
■ “불법체류자 그냥 쓰는 게 낫다”
여자 종업원 5명 가운데 3명을 재중동포로 쓰면서 서울 노원구에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7)씨는 11월부터 합법적으로 동포를 고용할 수 있지만 계속 불법체류자를 쓸 생각이다.
“봉급날짜 다음날면 되면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지는 동포들에 대해 뭘 믿고 귀국보증금이란 명목으로 300만원이나 맡길 수 있겠어요.”
김씨는 합법적으로 동포를 고용했더라도 이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날려버릴게 뻔한 귀국보증금 300만원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종업원의 친절이나 매너 등이 영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20,30대를 쓰는 게 좋은데 합법적으로 고용할 경우 40살 이상자를 써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수도권 음식점 가운데 40대 이상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음식업과 같은 서비스업에는 고용가능연령을 30대로 낮춰 줄 필요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용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부산하 고용안정센터에 구인신청을 한 뒤 한달 동안 내국인 희망자가 없으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실상 한달간 음식점 문을 닫아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서울 마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조모(40)씨는 “과연 계약직으로 구성돼 있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동포들의 취업 알선을 제대로 해낼지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 국내 근로자들도 불만
서비스업을 제외한 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어업 사업주들은 산업연수생을 늘린다는 것에는 환영하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사출업을 하는 백모(41)씨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어나 기술면에서 많이 적응이 됐는데 이들을 내쫓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를 다시 들여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결국 불법체류자 단속만 강화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국내 근로자들도 산업연수생 확대 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업주들이 저임금의 산업연수생을 선호, 국내 근로자 고용을 꺼릴 것이 뻔하고 결국 전반적인 임금인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동포와 외국인 차별논란도
동포와 외국인간의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인 위지에(34)씨는 “동포에게는 서비스업종의 취업을 허락하고 다른 나라 근로자들에게는 허락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의 대상인 산업연수생만 늘린 것은 기업체의 입장만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朴天應) 목사는 “기업에게는 고용허가, 외국인근로자에게는 노동허가를 주는 방향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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