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베르너 헤어조크(60)의 1972년작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는 조셉 콘라드의 소설 ‘Heart Of Darkness(암흑의 핵심)’, 그리고 소설을 모티프로 한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과 매우 흡사하다.고립된 오지, 무엇인가를 찾으러 떠난 이들이 진정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인간 심연에 숨은 악마적 본성이다.
영화는 1560년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찾아 나섰던 스페인 군대의 실패담을 통해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남미 정글을 탐사하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사투다. 군대를 이끄는 장군 피사로는 정글에 갇히자 엘도라도로 가는 길을 찾는 선발대를 뽑는다.
그러나 선발대장 우르수아와 40명의 병사와 노예는 흙탕물 아마존강이란 거대한 장애물에 부닥친다. ‘황금의 땅’은 고사하고 그들은 강을 제대로 건너지도 못한 것이다.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더 이상 탐험이 어렵게 되자 우르수아는 되돌아갈 것을 명령하지만, 부대장인 아귀레(클라우스 킨스키)는 우르수아를 가두고 스페인 국왕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나는 신의 분노다”라며.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쓰러지고, 보이지 않는 식인종들은 육지에서 강쪽으로 독화살을 쏘아댄다. 우르수와의 아내와 딸이 탄 가마를 둘러멘 노예들, 자신의 갑옷 무게도 감당 못하는 병사들의 힘겨운 걸음걸이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 영화는 광기에 사로잡힌 권력의 패망사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처음으로 받은 돈을 꼭 쥐고 죽은 노예, 식인종 마을에서 바닥에 떨어진 소금을 개처럼 핥아먹는 병사들, 혁명군에 의해 임시 왕으로 선출된 귀족의 거만, 그리고 모두들 죽어간 뗏목 위에 마치 점령군처럼 들이닥친 원숭이떼.
이를 통해 헤어조크 감독은 굶주림에 지친 인간상과 그것을 제도로 고착화하는 인간의 권력욕을 낮은 목소리로 드러낸다.
효과음 없이 정적만이 감도는 화면이 인간의 욕망과 이를 비웃는 자연을 드러낼 뿐.
당시 영화 촬영은 악전고투의 현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옥의 묵시록’ 의 말론 브랜도가 그랬듯 열악한 환경에 화가 난 클라우스 킨스키(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안 듣겠다”고 난동을 부렸고, 그러자 헤어조크 감독은 총을 겨누고 “영화 안 찍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는 것.
불 같은 성격의 두 사람은 10년 후 아마존 정글 속으로 배를 끌고 올라가는 기괴한 발상의 영화 ‘피츠카랄도’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었고, 헤어조크 감독은 99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적- 클라우스 킨스키(91년 사망)’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가장 친한 앙숙에게 바치기도 했다.
수입사인 백두대간은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이 영화와 함께 매일 한번씩(2회째)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도 재상영한다.
과도한 폭력장면이 없어 12세 관람가이지만 청소년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화. 8월2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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