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가 번듯한 비 한번 뿌리지 못하고 ‘마른장마’로 사라질 판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올 가을과 내년 봄 가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기상청은 17일 “일본 동해쪽에 위치한 장마전선이 북상해 19일과 20일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 뒤 다시 남쪽으로 물러갈 것”이라며“이번 장마는 다음 주 말쯤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기상청 주간예보를 보면 20일 이후로 대부분 지역이 구름만 많이 낄 뿐 비오는 날은 없다.
실제 ‘라마순’ 등 태풍영향으로 비가 내린 날을 제외하면 올해 장마비가 온 날은 손에 꼽을 정도. 지난달 23일 전국적으로 비가 오며 시작된 장마는 그 이후 장마전선이 일본 동해쪽으로 멀리 빠져나가 있다가 북상, 13,14일 전후로 전국에 예상보다 훨씬 적은 비를 뿌렸을 뿐이다.
이 탓에 6,7월 강수량은 지난 10여년간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6월 강수량은 10년(1992~2001년) 평균강수량 140.5㎜의 절반도 안되는 61.4㎜였다. 대구는 23.3㎜가 내려 10년 평균(164.9㎜)의 14.1%, 대전도55.4㎜로 10년 평균(209㎜)의 26.5%밖에 내리지 않았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대 도시 전체 6월 강수량은 이들 도시10년 평균강수량의 36.2%에 불과했다.
장마의 절정기인 이달은 더욱 심각해 서울의 경우 16일 현재 누적강수량은 101.5㎜로 10년 평균(343.8㎜)의 29.5% 수준이다. 대전은 10년 평균강수량(246.1㎜)의4분의1 수준인 60.9㎜가 내렸을 뿐이다.
마른장마의 주요 원인은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축 때문. 기상청은 “예년 같으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한반도로 밀어 올렸어야 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잦은 태풍과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이상 발달이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은 것도 한 이유다.
기상청 박정규(朴正圭) 기후예측과장은 “비 부족으로 올 가을가뭄과 내년 봄가뭄이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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