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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외계인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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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외계인을 믿습니까?

입력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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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2(Men In Black 2)’는 11일 개봉, 첫 주말 서울에서 19만 4,252명의 관객을 모으며 외화사상 최다 주말 관객 기록을 세웠다.‘맨 인 블랙’의 전제는 우리 주변에 외계인이 깔려 있다는 것.

첫 편은 외부의 적이 남미 이민자나 흑인, 아시아인등 유색 인종의 탈을 쓰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김으로써 지식인들이나 인권 단체로들로부터 적잖은 미움을 받아야 했다.

2편은 ‘외계인의 탈을 쓴 유색인종’ 대신 우리 일상의 공간에 숨은 외계인을 더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퇴직한 외계인 수사 요원 K는 우체국장으로 살고 있다.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에서도 에로틱하고 잘생기고, 거기다 돈도 많은 남자 주인공은 시골 우체국장(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밀애’서는 이 직업이 현실감이 없다며 의사로 바꾸었다)이지만 그건 소설 속 얘기다.

유치한 우편 포장물을 들고 잔소리를 늘어 놓는 시골 우체국장이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우편물을 나누는 반복적이고 따분한 업무도 눈이 3개 달리거나 팔이 6개 달린 외계인들이 척척해내고 있다.

부당하리만큼 많은 일을 척척 해내면서도 전혀 불평이 없는 사람-외계인일 확률 51%. 이런 사람들을 미안한 기색 없이 자꾸 부려먹는 사람-전직 요원일 확률 51%.

본부가 외계인에게 포위되자 다급해진 요원 K과 J는 무기를 찾으러 간다.

그들이 무기를 숨겨놓은 곳은 부모와 딸이 소파 앞에 앉아 멍청히 TV를 보고 있는 어느 가정.

다짜고짜 들어간 K가 온도조절기를 만지니 소파 뒤의 벽이 갈라지면 엄청난 첨단 무기가 진열돼 있다.

시체 위에 검은 고양이가 눈을 반짝하던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이후 벽이 이처럼 중요한 모티프가 된 적은 없었다.

썰렁하지도 않은 무덤덤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가족이 모여 군것질을 하며 TV를 보는 것은 가장 흔한 가정의 풍경.

그러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은 이 일상적 풍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위협-외계인편’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무기를 챙겨 나오며 “딸이 비만기가 있으니 체중 조절 시키라”는 말을 남긴다.

물론 MIB법 773조에 의거, 요원은 특수 플래쉬의 빛을 비추어 외계인이나 MIB 요원을 본 기억을 소거한다.

하지만 이들이 빛을 비추기 전 주문한 사항은 마치 최면처럼 이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평소에 앙숙이었던 동료에게 갑자기 커피 한 잔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삽겹살 먹고 후식으로 갈비탕 먹는 식생활에 염증이 생기거나 혹 “인간 되기는 어려워도 짐승이 되지는 말자”( 영화 ‘생활의 발견’중)같은 멋진 말이 생각났다면.

당신이 외계인을 보았을 확률 51%.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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