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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대 총장과 지성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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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대 총장과 지성의 권위

입력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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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성향이 강한 경제학자가 총장을 맡게 돼 서울대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가 정운찬(鄭雲燦) 교수를 제 23대 총장으로 확정한 것은 1위 득표자를 선정한 당연한 절차이지만, 최근 서울대의 위상과 관련지어 생각할 때 큰 의미를 갖는다.서울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이며, 입시를 비롯한 학사업무 등 모든 면에서 한국 대학의 모습을 결정해 온 중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전임자들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함으로써 서울대와 서울대총장의 권위가 훼손되고 학내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새로운 서울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커졌다. 신임 총장은 누적된 문제를 해소하고 21세기 한국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의 대표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개혁성향은 새로운 서울대 만들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력히 비판해 왔으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출마자 5명 중 가장 젊고 행정경험도 짧지만 1차 투표에서 당선될 만큼 폭넓은 지지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대학사회의 도덕성 추락을 지적하며 지성의 권위 회복을 강조하고 있어 진정한 아카데미즘의 부활이 기대된다. 교수의회 구성 등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존중하는 자세도 서울대는 물론, 대학 전체의 발전을 위해 다행스럽다.

요즘 대학총장은 행정이나 잘 하고 외부에서 돈 끌어들이는 것이 본령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 차례 입각 제의를 마다하고 학자의 길을 지켜 온 사람이 우두머리가 됐으므로 지성과 개혁을 두 축으로 새로운 총장상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걱정은 대학의 운영에 대한 철학이 달라 교육부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점이지만, 길게 볼 때 이런 문제는 대학과 정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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