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영국 BBC 인터넷뉴스에 디지털방송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기사가 나왔다.셋톱박스(방송수신장치)를 제조하는 TV컴파스사가 2003년 초부터 디지털 셋톱박스의 가격을 30파운드(약 5만5,000원)로 인하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디지털 셋톱박스의 가격인하가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TV 수상기와 셋톱박스의 가격이 디지털방송 수요창출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 디지털방송을 보고 싶은 상당수 사람들이 가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에서 현재 디지털 셋톱박스는 100파운드(약 18만5,000원)에서 150파운드(약 27만7,50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30파운드의 가격은 그보다 대략 1/3∼1/5로 인하되는 것으로, 셋톱박스의 가격문제로 디지털방송에가입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충분히 유인할 만한 수준이다.
TV컴파스사는 셋톱박스의 가격인하로 100만 가구가 디지털방송에 신규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최근 민간상업방송 ITV 디지털의 면허권을 인수한 BBC의 디지털방송은 2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성장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이것은 영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호재로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낙관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30파운드는 셋톱박스 제조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일 뿐 아니라, 디지털방송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품질이기 때문이다.
TV컴파스사의 CEO 스티븐 볼러는 “이 계획은 도박이다”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베팅한 금액 이상의 더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 특히 스포츠 이벤트의 생중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셋톱박스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BBC가 이전보다 훨씬 높은 품질의 콘텐츠로 24개의 무료채널을 운영해야 사업적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ITV 디지털의 파산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영국의 디지털 방송정책이 새로운 지상파 디지털방송사업자인 BBC의 운영능력과 디지털 셋톱박스의 가격 인하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호석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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