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장상(張裳) 총리서리가 지명됐을 때만 해도 임명동의안 인준에 전향적이던 한나라당의 태도가 장 서리 주변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강경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17일 “인준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지도부의 의견도 반반으로 갈려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일반 의원들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하다. 총리서리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이 정도로 문제가 드러났으면 장 서리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밝혔고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장 서리가 만약 남성이었다면 벌써 인준 반대로 당론이 확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서리 개인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첫 여성 총리라는 역사적 의미를 중시하는 여성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당론으로 장 서리를 반대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제기된 방안이 자유투표이다. 찬반을 의원 개개인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은 “이달말 청문회를 지켜 보면 의원들의 판단이 설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의원의 자율권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를 택할 경우 현재로서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의 여성표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와 장 서리에 대한 비판적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이 다수를 차지할지는 앞으로 장 서리 관련 의혹의 추가 돌출 여부, 청문회 상황 등에 달려 있다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다.
자민련도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앞장서서 인준 찬성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지만 이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와함께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이에대해 지도부는 일단 부정적이다.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출마 의원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표가 나눠졌었지만 단순히 임명 동의 여부만을 밝히는 이번 투표에서는 반란표가 나올 여지가 적다”는 설명이다. 총무실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과의 대치가 워낙 첨예한데다 이번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당에도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원들이 모두 임명 동의에 협조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은 있다. 우선 김 대통령의 개각, 아들 비리 문제 처리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다. 아들 국적, 친일 관련 발언 등 장상 총리 개인에 대해 시비하는 의원도 있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임명동의안 표결 직전에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하게 표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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