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필리핀 세부…비취빛 바다속에서 난 자유가 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필리핀 세부…비취빛 바다속에서 난 자유가 된다

입력
2002.07.17 00:00
0 0

넉넉한 휴식과 편안한 자유, 일곱 빛깔 바닷물에서 즐기는 각종 해양스포츠, 그리고 물빛만큼이나 맑고 순박한 인심이 있다. 필리핀 세부다.밤 한 시가 되어도 식지 않는 세부 공항의 후텁지근한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승합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리조트 플랜테이션 베이.

사각거리는 야자수, 플라메리아 등 열대식물의 은은한 향이 중위도에서 한발짝 내려왔음을 전해준다.

비슷비슷한 나무들이 늘어선 인공 조경과는 다르다. 한참을 거닐어도 같은 꽃이나 나무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사이판 교포출신으로 이곳에서 한국과 일본 관광객을 담당하는 가이드 지오(31)씨는 “거의 식물원 수준이다. 직원들이 끼니는 걸러도 나무밥은 정성껏 준다. 비료값만 한달에 1,0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모든 시설이 약간 투박하지만 자연스럽다. 꽉 짜여진 일정과 초현대식 시설 대신 넉넉한 자연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10여평의 2인용 침실의 분위기는 ‘앤틱’에 가깝다. 안정감있는 짙은 갈색톤의 가구, 고풍스럽게 달려 있는 놋쇠 장식품들이 넉넉하고 기품있어 심신을 편안하게 쉬게 해 준다.

이런 분위기를 특히 유럽 관광객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1층 객실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방 앞의 수영장으로 뛰어든다. 매끄러운 도자기타일 대신 모래처럼 다소 오돌토돌한 질감의 도료가 칠해진 바다수영장의 물은 해안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바닷물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맑은 에메랄드빛. 서투른 자맥질에 입안 가득 짠물이 밀려든다. 그 염기가 싫으면 민물수영장에 갈 수도 있다.

모감보 수영장에서는 인공폭포의 하얀 포말을 맞으며 헤엄을 칠 수 있다.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호젓한 야간수영은 물론, 스킨스쿠버, 카누, 스노클링, 수중자전거 등 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놀잇감은 어딜 가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뜨거운 해를 머리에 이고 열심히 수중자전거 페달을 밟아 물위를 휘젓고 다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면 첨벙 뛰어든다.

막탄 섬 최북단의 샹그릴라는 전형적인 현대식 호텔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 동안은 철저히 편의를 누리고 싶다면 이곳을 택할 만하다.

어딜 가나 물빛은 아름답다. 백사장과 바닷물을 연결하는 인공섬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를 통째로 빌려 다른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하고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로맨틱한 정찬을 즐길 수도 있다.

청명한 날, ‘방카’라고 불리는 날개 달린 모양의 배를 타고 크고 작은 섬을 찾아가 낚시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호핑투어는 세부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에메랄드빛 필리핀해의 물결은 비단같이 부드러우면서 투명해 7~10m 아래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큰 파도 안에 작은 파도, 그 안에 더 작은 파도가 반짝인다. 에메랄드빛, 터키블루, 네이비블루… 태양빛 각도에 따라 물살이 일곱 색깔로 변한다.

바이킹처럼 흔들리는 작은 배에서 물바람을 맞으며 이 파도의 속살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마젤란의 상륙을 통해 필리핀에서는 가장 먼저 서양문명이 전달된 곳답게 세부에는 동서양이 기묘하게 섞였다.

인기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은 민속공연, 세부 대학 학생들의 날렵한 맨발동작에는 플라멩코의 화려함과 원주민의 강렬함, 그리고 극동의 다소곳함이 묘한 형태로 혼합되어 있다.

공연 후, 땀냄새가 흠뻑 묻어나는 무희들의 ‘Would you join us?’라는 친절한 요청을 받아들이면 서투른 발동작으로나마 후끈한 남국의 열기에 동참할 수 있다.

산토 니뇨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성 어거스틴 교회. 승합차에 내리자마자 새까만 눈동자의 필리핀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에 무언가를 들고 몰려들어 서투른 한국말로 외친다.

“10개 만원, 만원!” 비닐 끈에 조개장식을 단 목걸이다. 하지만 그악스럽지는 않다. 안 사도 그만, 아쉬운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설 뿐이다.

최근 이곳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난 덕인지 특히 한국인에 대해서는 언제든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미소는 관광지의 뻔한 상술보다는 순박하고 낙천적인 인심이 배어있다.

스페인군에 맞선 민족의 용사 라푸라푸의 이름을 딴 시장. 파리가 새카맣게 들러붙은 어물전, 귀신이라도 뛰어나올 듯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는 잡화 더미, 물건 살 생각은 안하고 떼지어 구경만 하는 외국인들 틈새에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낙천적인 여유가 흐른다.

커다란 눈망울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한 듯, 오히려 외국인을 구경한다.

기꺼이 사진 포즈까지 취해주는가 하면 ‘비더레즈’ 티셔츠를 보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필리피노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세부로 가는 길

필리핀항공에서 수, 목, 토, 일요일 주 4회 세부 직항기를 운행한다.

성수기인 20일부터 8월 17일까지는 운행 일마다 300석, 150석 규모의 비행기를 두 대씩 같은 시간에 띄운다.

장거리 여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세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 비행(인천~세부)시간이 불과 4시간, 세부 공항에서도 20분 남짓이면 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밤 9시50분에 출발, 세부에는 새벽 1시50분에 도착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필리핀 전문여행사 락소(02-569-0999)에서 샹그릴라호텔 3박4일 125만원, 4박5일 143만원, 플랜테이션리조트 3박4일 129만원, 4박5일 148만원선에 상품을 판매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를 이용해 마닐라를 경유해서 갈 수도 있으며 마닐라에서 세부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6~11월까지는 우기로 기온이 30~35도로 무덥고, 크고작은 태풍이 많이 찾아든다. 하지만 세부는 지형상 태풍이 한풀 꺾이는 지점이라 비교적 안전하다.

한국인을 비롯해 수십명의 목숨을 강타한 태풍 차타안이 마닐라 지방을 강타했을 때도 이곳 날씨는 청명하기만 했다.

그러나 햇볕이 따갑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모자, 선크림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리조트 주변에 풀과 나무가 무성해 모기나 벌레가 많으므로 외진 곳을 거닐 때는 예방약을 발라주는 게 좋다.

필리핀 입국시 비자는 필요 없으며 여권 유효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화폐단위는 페소로 1달러가 대략 50페소, 1페소가 25~30원 정도다.

호텔에서는 달러도 받지만 일반 상점에서는 대개 페소가 있어야 한다.

플랜테이션 베이는 노팁(no-tip)서비스를 실시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10~100페소 정도를 팁으로 준다.

세부 공항 면세점에는 상품이 많지 않으므로 기념품을 구입하는 데는 시내 대형상점을 이용하는 게 좋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