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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佛=1유로 시대 / 체면구긴 달러…美 신경제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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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佛=1유로 시대 / 체면구긴 달러…美 신경제 새국면

입력
2002.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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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가 달러를 눌렀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15일 각국 주요 외환시장에서 유로 대 달러 환율이 장중 1달러를 돌파하자 ‘1달러=1유로’ 시대의 개막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외신들은 2년 6개월 만에 재연된 유로화와 달러의 가치 역전 현상을 보도하면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유로화의 부상과 함께 달러의 급격한 몰락이 세계 경제 전반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을 보냈다.

▼자리잡는 유로화

15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0.993센트에서 출발한 유로화는 달러를 팔고 대신 유로화를 사자는 주문이 늘어나면서 1.0026달러까지 치솟았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유로는 지난 주말보다 1.13센트 오른 1.0027달러로 마감됐다.

유로화가 등장한 것은 1999년 1월 1일. 역사적인 유럽연합(EU) 출범과 함께 유로화가 달러를 제치고 제1의 세계 기축 통화로 올라설 것이라는 야심과 함께 1.1667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던 유로화는 그러나 2000년 2월 24일을 기점으로 1달러 밑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유로화 화폐가 통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으로만 거래된 데다 유럽의 경제통합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사정은 확연히 달라졌다. 1월 1일부터 유로화가 유럽권 단일통화로 전면 유통되면서 수요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유로화는 연초 대비 11.3% 급등했다. 뉴욕 타임스는 각국 간 통화의 상대적 가치(환율)는 “경제적 자신감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면서 유로화가 달러의 라이벌 통화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은 유럽이 경제통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유로인가, 약 달러인가

유로화의 가치가 달러와 같아진 것을 놓고 유로존 경제의 위세가 달러를 제압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유로화를 쓰는 12개 유로존 국가들의 2ㆍ4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이 0.2%에 불과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시각은 설득력을 얻는다.

초점은 달러에 맞춰져 있다. 경기 회복 지연과 각종 부패 스캔들에 따른 신뢰 상실로 세계 제1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리더십이 떨어지면서 생긴 레임덕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신경제 특유의 탄력을 잃었다. 지난 1ㆍ4분기 중 미국 전체 기업의 세후 이익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오히려 27%나 급감했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위험 수위인 국내총생산(GDP)의 5%선까지 넘실대고 있고 5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는 등 쌍둥이적자의 덫에 걸려 들었다.

여기에 엔론 사태와 월드컴의 대규모 회계 부정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업부패와 정경유착설 등까지 얽히면서 미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달러 약세는 이같은 경제난국의 바로미터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곧바로 미국 자산(달러)에 대한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올 1ㆍ4분기 미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순투자액)은 17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7억 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최고 안전자산이라고 자부하는 미국 국채에 대산 투자액은 380억 달러 순유입에서 30억 달러 순유출로 반전됐다.

달러 약세는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관건은 속도와 폭에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가 하락해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을 매도하면 달러가 추가 하락하고 다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달러가 또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유로화 강세 유럽국 반응

미국 달러화의 교환가치에서 1대1 등가를 기록한 유로화 강세를 놓고 유럽 각국과 이해 당사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로화 강세는 독일과 이탈리아에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전통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유로화 강세에 걱정이 태산이다.

유럽연합의 핵심축인 독일 경제의 회복세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 위축과 고용시장 불안으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체와 여행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독일 다이머크라이슬러처럼 미국에 상당 물량을 수출하는 대부분 유럽자동차업체는 유로화 강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화 함께 BBC 방송은 15일 유로화 강세가 미국 관광객의 유럽유입을 급격히 줄이는 사태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달러=1유로 시대의 복귀는 유럽 대통합을 시도하는 유럽국가 전체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로화를 통용하지 않고 있는 영국에서는 유로 도입 반대론자와 유로 찬성론자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최근 유로화 강세 랠리가 당장 정부의 유로화도입테스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루 하루 변동하는 환율에 매달려 판단하지 말고 총체적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테스트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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