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및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 철회로 꽁꽁 얼어붙은 남북ㆍ북미 관계가 이달말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남북 순차방문과 다자회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해빙될 지 주목된다.정부 관계자는 16일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두 가지 외교적 호재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최소한 대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뜻을 북한에 전하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
정부는 이바노프 장관을 통해 남북ㆍ북미 대화에 조속히 나설 것을 당부하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온 만큼 적극적으로 북측에 대화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00년 7월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건부 미사일개발 계획 포기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중요 고비마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역량을 과시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28~30일로 예정된 방북기간 중 백남순(白南淳) 외무상과 회동할 뿐 아니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RF 전망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방북한 이바노프 장관이 31일부터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ARF에 백 외무상과 함께 참석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ARF 기간 중 북한ㆍ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담을 열 것을 제의하는 등 사실상 백 외무상의 참가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남북 및 북미가 이바노프 장관의 중재로 확인된 이해관계를 기초로 자연스럽게 외무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백 외무상은 2000년 7월 ARF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과 사상 첫 북미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고, 이후 조명록(趙明祿) 차수의 방북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ARF를 통해 남북한과 미국이 곧바로 경색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서해교전 및 북미대화 거부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서해교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면서 "백 외무상의 발언내용은 올 하반기 남북 및 북미관계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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