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위대성은 축구황제라는 호칭이 잘 함축하고 있다.마라도나도 축구신동에 불과하고 프란츠 베켄바워 역시 카이저(황제)로만 불린다(독일 또는 유럽의 축구황제라는 제한적인 뜻일 것이다).
펠레는 통산 1,363경기에서 1,281골을 넣었다. 경기당 거의 1골(0.93골)로 불멸의 대기록이다.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던 16년(1958~74년)동안 그는 브라질을 세번의 월드컵우승(58, 62, 70년)으로 이끌어 월드컵에서 3회 우승한 최초의-그리고 지금까지도 유일한-선수가 됐다.
그는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축구불모지인 미국 뉴욕 코스모스팀에서 보냈는데 이 팀을 북미축구리그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펠레는 브라질의 산토스구단에서 62년 최초의 세계클럽챔피언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펠레는 유럽리그에서는 한번도 활동한 적이 없다. 유럽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거칠다.
펠레를 질시하는 사람들은 그가 보다 노력을 요하는 상황,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유럽리그에서 뛰었다면 어떤 성적을 올렸을까 라며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축구선수에게 빅리그는 꿈의 무대다.
그들은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세리에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 프리메라리가(스페인) 무대에 서는 꿈을 먹고 산다.
한일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일군 태극전사들도 마찬가지다. 빅리그 중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는 8월, 프리메리가는 9월, 세리에A는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5, 6월에 시즌을 마친다.
팀당 34~38경기를 치른다. 유럽컵과 자국컵대회 등을 포함하면 매년 5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혹독한 일정이다.
한일월드컵의 의료책임자로 활동한 유리 드보르작 박사는“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직접 파울에 의한 부상이 적은 대신 비접촉 부상이 크게 늘었다. 이는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하고 무리를 해서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은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빅리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체력 테크닉 개인전술 모두 월드클래스(world-class)가 돼야 한다.
월드클래스 선수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개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한다. 축구전문가들은 빅리그의 베스트멤버를 월드클래스로 평가한다.
에이전트들은 이적료 500만달러(약 60억원)를 기준으로 삼는다. 유럽에서는 이 정도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야 영입을 원하는 팀 관계자가 직접 경기를 관전한다.
아직까지 유럽의 팀 관계자가 한국에 와서 특정선수의 경기를 관전한 경우는 없다.
월드컵 4강이 태극전사의 기량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다.
“자주 출전할 수 있는 팀을 골라 경험을 쌓으라”는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적어도 월드클래스는 못되더라도 그 수준에 근접하는 기량을 갖춰야 빅리그 진입이 가능하다.
4강 신화에 도취된 자만과 환상은 독약이다. 끊임없는 땀과 희생이 선행될 때 비로소 좋은 결실을 거두게 마련이다.
/이기창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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