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온 나라가 열광하고 있을 때 지난해 9월 지리산에 방사되었던 어린 반달가슴곰 중 암컷인 ‘반순이’가 전파 발신기만 남기고 실종되었다.3~5월까지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2월에 이미 전파 발신 지점이 고정돼 그 당시에 이미 밀렵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순이’의 비극은 사실 예고된 것이다. 환경부는 반달곰 네 마리를 방사하기 전 사육과정과 야생적응 훈련과정을 TV로 상세히 보여주었다.
어느 지역 무슨 면 무슨 골이라고 정확한 지점도 소개하고 어느 바위 밑에서 동면을 하는지 까지 알려 주었다.
온 나라의 밀렵꾼들을 공개 초대한 것이나 다름 없는 ‘실책’이었다. 동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방사시 위치 비공개가 원칙이고 조용하고 지속적인 보호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동물의 안전에 대한 보호관리 의식없이 요란한 ‘1회성 홍보 행사’에 치중했다. 12월을 마지막으로 반달곰을 보호 추적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밀렵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 및 거래자에 대한 처벌’ 에다 ‘사 먹은 사람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추가했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여지는 아직도 많다.
그나마 법 집행이 극히 미미한 가운데 불법 개조한 공기총을 이용한 밀렵은 더욱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에서만 수달 큰고니 큰 소쩍새 황조롱이 하늘 다람쥐 등 천연 기념물 60여 마리를 포함해 모두 야생동물 300여마리가 밀렵에 희생 되었다.
기러기 오리 등 겨울 철새 50여만 마리가 머물다 가는 충남 서산ㆍ태안 지역에도 밀렵꾼들이 떼지어 다니고 있지만 환경부는 오히려 수렵제까지 허용했다.
언제까지 이런 미온적이고 이중적인 당국의 태도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김옥경 자연사랑 생명사랑 실천모임 대표
입력시간 2002/07/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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