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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북한산 도로반대 농성장 방문 "산이 없으면 불교 있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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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북한산 도로반대 농성장 방문 "산이 없으면 불교 있을 수 없어"

입력
200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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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 양주군 송추계곡 인근에 꾸려진 철마선원(鐵磨禪院).말이 선원이지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수경(收耕ㆍ53) 스님과 비구니 스님 5~6명이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장 입구에 철책을 둘러치고 10m 높이의 망루를 세운 채 외롭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천막농성장이다.

15일 오후 이곳에 뜻깊은 손님이 찾아 왔다. 30년이 넘는 침묵과 철저한 무소유로 이 시대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손꼽히고 있는 법정(法頂ㆍ70ㆍ길상사 회주) 스님이 수경스님을 찾은 것.

“종단에서는 자기 일이 아니면 앞장서 일 하지 않는 풍토가 있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고생을 하시니 대단합니다. 수경 스님이야말로 자연의 커다란 섭리에 따라 부처님의 부름을 받아 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갑게 수경 스님과 인사한 법정 스님은 사패봉 등 북한산 국립공원의 산세와 망루, 철마선원 등을 둘러고서는 단호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외국인이 서울에 오면 수도권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둘러쳐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래요. 우린 시절 인연에 따라 이 시대를 살고 있을 뿐이어서 자연을 보호하고 물려줄 의무가 있지 그것을 파괴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가 수천년간 흘러온 자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파괴하고 단절시키기 때문에 그 메아리로 재난이 오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은 1970년대 초반 서울 강남 봉은사 인근 부지를 매각한 종단 정책에 반대한 뒤부터 종단 일에는 연을 끊고 살아 왔다.

두 달에 한번씩 서울 길상사에서 열리는 법회에 참석하고 강원 정선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글쓰기로 속세의 독자와 만나는 것 외에는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정 스님이 철마선원을 방문한 것은 “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노장께서 꼭 한번 방문해주셔서 북한산 도로 반대운동에 힘을 실어달라”는 수경 스님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추 농성장에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공사 재개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11일 승려 복장의 무승적자(無僧籍者) 등 160여명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돌아가 긴장감이 더해가고 있다.

두 사람은 대화는 불교계 내부의 문제로 이어졌다. 수경 스님이 먼저 “단순히 정치인, 개발론자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계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법정 스님은 “이 땅의 불교가 1,600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산이 배경이 되어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귀의처가 될 수 있었다”며 “산이 없으면 종교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답했다.

법정 스님은 이어 “지나치게 불사를 하면 도량의 균형이 잡히지 않고 수행자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다. 훌륭한 수행자는 가난한 절에서 나오지 화려한 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절집에서 대형 불사를 앞다퉈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1956년 출가해 쌍계사, 해인사, 송광사 등에서 수행했으며 불교신문 편집국장, 역경국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스님은 현재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던 주인없는 오두막을 빌려 밭을 일구며 청빈의 도를 실천하면서 ‘생명존중’‘무소유’‘버리고 떠나기’등을 화두 삼아 글을 써왔다.

30여분간 송추농성장을 둘러본 법정 스님은 “강원도까지 가려면 한참이나 걸린다”며 수경 스님과 아쉬운 이별을 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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