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해 달러화 결제나 보유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유로화등 다른 통화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 달러화는 지난주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3%, 1.9% 하락했으며 올들어서만 각각 11.3%, 10.3% 내린 상태다.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들어 유로화 결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 최근 유로화의 결제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배로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결제통화 비중은 아직도 달러화가 70%로 가장 많지만 유로화도 20%대에 달한다. 나머지 10%는 엔화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로화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동남아, 중남미 등 제3국 지역과 거래에서 유로화 결제를 요구하는 등 전략적으로 유로화 비중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교역대금등으로 받는 달러화를 곧바로 다른 통화로 환전, 달러 약세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줄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달러화 70%, 유로화 20%, 기타 통화 10%인 결제통화 비율에서 유로화 등 기타 통화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러화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 유로지역 국가의 결제를 유로화나 현지화로 유도하고 환차익을 늘리기 위해 외화차입금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달러 결제대금은 즉시 환전하거나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하고, 소량 보유하고 있는 외화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달러화 약세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수출의 절반 가량이 북미지역에 집중돼 있어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원 하락하면 전체 매출이 4,000억원 가량 줄어들 정도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도 결제통화 비중이 현재 달러 80%, 유로화 10%, 기타통화 10%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 달러화 약세에 대응해 유로화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LG화학, SK, 현대석유화학, 삼성물산, LG상사, 코오롱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결제통화 비중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고 외화부채가 많아 달러화 약세가 오히려 득이 된다는 입장으로 내심 흐뭇해 하고 있으며 INI스틸, 동국제강, 현대건설 등도 현재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포스코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 160억원의 순익 증가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가절감을 통해 수출제품의 채산성을 확보하거나 유럽, 남미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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