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안정환 송종국, 그리고 히딩크. 그들이 월드컵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연예인 일색이던 대중스타 군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대중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지상파 방송사 연예정보프로그램들도 이같은 변화를 모를 리 없다.
연예인을 쫓던 파파라치 카메라의 초점이 이제는 월드컵 대표팀 선수에게로 옮겨졌다.
MBC TV ‘섹션 TV 연예 통신’의 10일 방송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 선수들의 행보로 시작했다.
대표팀 해단식, 히딩크의 출국 모습, 건국대 경희대 등 출신학교의 환영회 참석, 홍명보의 ‘!(느낌표)’(MBC) 출연, 김남일의 기자회견 등을 소개하는 데 6분여가 흘러갔다.
그리고 송종국의 패션화보촬영 현장, 안정환의 CF 촬영현장을 공개하는 데 또다시 6분여.
송종국의 화보촬영 현장공개에는 ‘독점’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였으나 송종국의 본업인 축구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었고, 낯선 카메라 앞에서 패션모델 노릇을 하느라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11일 방송된 SBS TV ‘한밤의 TV 연예’의 대표 아이템도 히딩크 김남일 안정환이었다.
네덜란드로 돌아간 히딩크의 성공비결 분석, 김남일의 매력 분석, 안정환-이혜원 부부의 CF 촬영현장 공개에 들어간 시간이 20분.
전체 방송시간 59분 중 33%를 차지했다.
히딩크의 성공비결을 분석한다고 했으나, 시청자가 본 것은 방송과의 인터뷰 때 히딩크가 보여준 태도나 반응이었다.
김남일과 안정환을 다루면서도 자료화면이나 취재내용에서 자극적인 질문을 뽑아 사용했다.
안정환에게는 이탈리아전 때 신경전을 벌이면서 어떤 욕설이 오갔는지를 묻고, 김남일의 경우도 나이트클럽과 관련 발언을 편집해 전달하는 등, 축구와 상관없는 내용에 집착했다.
축구대표팀의 방송출연은 계속 이어졌다.
홍명보는 13일 MBC TV ‘!(느낌표)’의 ‘길거리 특강’ 강사로 나섰고, 14일에는 이천수가 SBS TV ‘뷰티풀 선데이’의 ‘100인의 천사’에 나왔다.
역경을 이긴 사람들을 강사로 불러내던 형식 때문에 ‘길거리 특강’에서 홍명보는 대표팀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겪었던 시련과 기쁨의 순간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이천수는 감동을 준다는 명분 아래 몰래 카메라의 대상이 돼야 했다.
월드컵대회 동안 우리의 숨겨진 잠재력과 희망을 발굴한 것만으로도 대표팀 선수들은 대중스타로서 그리고 영웅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은 축구선수로서 스타이지 연예인이 아니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보자는 생각으로 그들을 흔들지 마라.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TV 카메라 앞이 아니라 잔디 그라운드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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