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걸쭉하게 욕을 해보고 싶은데 남들의 눈총이 따가워서, 저지르고 싶은 일탈이 있는데 소문이 겁나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평범한 여자들에게 얼마나 많았던가.맘속의 핏빛 소망을 들어줄 것 같은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표범무늬 웃옷에 가죽바지를 입고 특유의 필살 웃음을 날리는 여자, 전도연이 나타났다.
그녀를 두고 변신의 귀재, 최고의 여배우, 팔색조 같은 설명은 이제 사족이다.
쓸쓸한 미소와 짱구이마를 알린 ‘접속’을 시작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씩씩한 여의사 ‘약속’, 한국에서의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자세와 가치를 알린 ‘해피앤드’,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할 수 있었던 최고의 모험 ‘내 마음의 풍금’….
그녀가 흥행에 미친 영향은 이미 끝난 분석이다.
언제나 그녀의 선택은 뒷말이 없었고 결과물은 수준 이상이었고 흥행은 물론 성공적이었다.
냄비처럼 끓는 영화계의 조바심들도 그녀를 두고는 입을 닫았다. 그리 큰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좋은 영화로 평가 받은 최근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두고도 그녀의 대단한 용기는 빠지지 않던 화제거리 중 하나였다.
늘 부족한 게 배우다. 여배우 기근은 더 심각하다.
우여곡절 끝에 일반인으로 돌아간 심은하에 대한 갈증마저 전도연에게 퍼부어야 하기에 그녀는 차기작을 고를 때마다 영화인의 대다수와 등을 돌려야 했건만 그녀에 대한 악의적인 평가는 별로 들어 본적이 없다.
배우는 수락보다도 거절하는 방법에 더 프로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건 한 몸처럼 그녀 곁에 있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최고의 여성매니저로 평가 받고 있는 ‘또 다른 그녀’가 받아야 할 칭찬이기도 하다.
촬영도중 사고를 당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감독 이하 스텝의 마음을 헤아려 아픔을 꾹꾹 참았다는 그녀는 과연 여우였다.
여주인공은 영화 현장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지만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는 똑똑한 그녀의 현장 사랑은 유별나다.
최근 그녀가 TV의 미니시리즈로 외도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TV탤런트로 시작을 했으니 엄격히 말하면 휴가차 친정에 갔다 오는 일인데도 영화계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그녀의 행보에 서운함을 표명한다.
그녀가 나올 드라마의 내용도 궁금하고 긴장을 접고 안방에서 그녀를 볼 수 있겠다 싶어 반가운 맘도 있다.
‘영화를 더 오래 지키기 위해 갖는 깜짝 스케줄’이니 만큼 결과도 깜짝 놀랄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동안 다음 영화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오고 싶어할지를 미리 점쳐 당당하고도 은밀하게 그녀에게 건낼 근사한 시나리오를 구상해야 겠다.
“탁월한 선택 끝에 흥행까지 뒤따랐던 당신의 특별한 안목은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라며 매일매일 달려드는 시나리오들 중에 어떤 기준으로 주옥 같은 영화들을 선택했는지 꼭 묻고 싶다.
그러면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전… 도연인걸요?”
/영화컬럼니스트ㆍamsajah@hanmail.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