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가슴으로만 느꼈던 ‘대~한민국’을 내 두발로 직접 느끼고 싶습니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전의 주인공들인 ‘R(Red)세대’들의 ‘애국심’ 열기가 ‘국토 순례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반도의 남쪽 끝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 가장 먼저 해가 솟는 경북 포항의 호미곶에서 강화도 첨성단까지, 거제도 해금강에서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한 통일전망대까지 국토를 종(縱)으로 횡(橫)으로 가로지르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 대부분 자발적ㆍ자생 조직
3일 경남 거제시 해금강을 출발, 임진각까지 28박29일의 국토순례에 나선 ‘2002 국토순례팀’의 추은심(21ㆍ경북대 법학과3)씨는 “거리응원을 하면서 새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졌다”며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우리 땅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어 길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국토순례에 나선 인원은 예년의 5배 이상. 성격도 기존의 기업체나 총학생회가 기획한 국토 순례가 아니라 인터넷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모임이 대부분이다.
D제약의 국토대장정팀은 144명 모집에 예년의 3배에 가까운 2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그 열기를 가늠케 했고, 이 밖에 인터넷 등을 통해 모인 자생적인 국토순례단만 200여개에 이른다.
서울대 승마부 학생들이 주축이 된 ‘대한청년 기마대’ 13명도 다음달 1~15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국토 종주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순례의 출발지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이장 김유복(金有腹ㆍ54)씨는 “7월 들어 매일 2팀 이상이 국토종단을 시작해 이번 방학동안은 100팀 이상이 이곳에서 출발할 것 같다”며 “각 팀들의 유니폼도 대부분 월드컵 때 입었던 붉은 티셔츠”라고 전했다.
■ 주민들도 격려, 오박자 경적
국토순례단이 지나는 마을의 주민들이 이들을 맞는 태도도 예전과는 사뭇다르다.
3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한 ‘우리들의 대장정’ 팀장 박광수(28ㆍ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마을의 어르신네들이 쉴 때마다 먹거리를 한아름 내주시는 등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인심이 엄청나게 후해졌고 지나가는 차들도 오박자 경적으로 힘을 붇돋워주는 걸 잊지 않는다”며 흐뭇해 했다.
행군 시작 7일째인 10일 전남 담양에 도착한 성광일(22ㆍ조선대 치의예과 2)씨는 “월드컵 때 똘똘 뭉쳤던 경험을 국토대장정을 통해 다시 맛보고 있다"며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지만 가슴 속에는 어느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터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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