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냉동기기 맨’인 범양냉방공업㈜의 조용수(趙容秀ㆍ60) 사장이 이달중 이 회사의 법정관리 딱지를 떼고 국내 최고(最古)의 에어컨 제조업체로서 면모를 되살리기 위해 막바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1974년 범양냉방에 입사한 조 사장은 영업본부장, 상무 등을 역임하며 범양냉방이 산업용 냉방기 시장을 석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 92년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줬다. 그러나 범양냉방은 최대 수요처인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이전 붐과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98년 3월 부도를 내고 말았다.
범양냉방은 이후 2년간 은행권에서 파견한 법정관리인이 사령탑을 맡았으나 2000년에 이르러 매출 540억원에 부채 840억원, 자본잠식 500억원이라는 회생불능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때 법원과 범양냉방측이 대우캐리어 부사장직을 마치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던 조 사장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요청했다.
“회사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상세히 파악하고 있으니 부하직원들만 따라준다면 재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 사장은 부도와 동시에 800여명의 직원을 400여명으로 줄인 회사의 허리띠를 한번 더 조였다.
100여명의 직원을 독립시켜 협력업체로 만들었으며 군포공장을 매각, 생산라인을 진천공장으로 단일화했다. 직원들의 임금도 법정관리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공생(共生)하느냐 동망(同亡)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협력업체들은 범양냉방이 잘못되면 밀린 자제값도 못받고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부품가격을 낮춰줬고 직원들은 자재발주에서 사무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 집행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범양냉방은 조 사장 체제 2년 만인 현재 영업이익률 10%를 기록 중이며 전성기의 90% 수준인 연매출 900억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초에는 국내 에어컨 시장의 틈새인 상업용 에어컨에 전력하기 위해 새 브랜드 ‘판(PAN)’을 발표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국내 상업용 에어컨 시장이 4,000억원 수준이고 중국의 산업용 에어컨 수요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그동안 겪은 고생을 잊지만 않는다면 범양은 10년내 알짜 중견기업으로 되살아납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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