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데뷔한 주석(25)은 얼마 전까지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수였다.데뷔작 ‘비츠 4 다 스트리츠’가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음반(한국일보 2001년 12월16일자)에 들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음반 판매도 힙합으로서는 드물게 5만장을 넘겼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었다.
두번째 음반 ‘웰컴 투 디 인펙티드 에어리어’를 낸 주석은 마치 힙합 전도사 같았다.
“힙합이 무엇인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언더그라운드의 냄새가 강했던 전작에 비해 새 음반은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완벽한 주류 힙합이다.
샘플링보다는 전자악기를 이용한 연주가 많고 R&B와의 퓨전이 두드러진다.
전작을 거의 혼자 해냈던 주석은 이번에는 DNS같은 힙합 가수들은 물론이고 여성 R&B 가수인 애시(‘무한대’), 유리(‘4 라이프’)의 도움을 받았다.
다채롭다. 새로운 느낌이지만 거북하지는 않다. 발장단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리듬을 타게 되고 노래에 끌려든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 하다.
“무한대로 능력을 발휘하라”라는 메시지는 은근히 대리 만족을 안겨준다.
힙합에 대한 주석의 사랑은 대단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듣고 날마다 들었다.
어느날 문득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힙합이 생활인 미국 흑인들과는 달리 그가 힙합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음악 뿐이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난 어정쩡한 게 우주에서 제일 싫어’ (‘습관을 길러라’)하는 성격 탓에 그는 정통에 집착한다.
“미국에서는 원래…” “힙합이란…”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주석식 정통 힙합은 세가지. 첫째 라임이다.
영어에서는 쉽지만 한국어로는 어려운 것이 랩의 운을 맞추는 일이다.
“그냥 멜로디 없이 주절댄다고 랩이 아니다”라는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말의 라임을 살리려 한다.
‘누가 날 싫어하던 누가 좋아하던 말야/내가 라임을 끓여먹든 라면을 끓여먹든’ (‘싫거나 혹은 좋거나’), 이런 식이다.
둘째는 남성성. “힙 합이란 원래 마초들의 음악”이라고 믿기에 힙 합은 남자다워야 한다.
시원스럽고 적극적인 느낌이어야 한다. R&B는 여성적이라 애시, 유리와 함께 노래했다.
그에게는 아직 남성성, 여성성이 본래적인 것이냐, 만들어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없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순수함이다.
거리의 음악인 힙 합과 힙 합 하는 사람은 가식이 없어야 한다. 힙 합 노랫말이 가수 자신이 느끼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채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노래에 나타나듯, 명예와 돈,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순수함만 잃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다다익선이다. 역시 힙 합을 위해서다.
“음악 만들고 힙 합 브랜드도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그 전에 작은 바람이 하나 더 있다. “꼭 한번 미국에 가보고 싶어요.” 대학 휴학생인 그는 아직 미국 비자가 없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