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MBC 드라마 '고백'…너무나 당당한…불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MBC 드라마 '고백'…너무나 당당한…불륜

입력
2002.07.16 00:00
0 0

어느날 성실하고 거짓말 못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면?“정윤미! 나 여자가 있어. 농담 아니야. 여자가 있어. 여섯 달 됐어. 그 동안 많이 괴로웠어. 채영주라고 연극배우야. 처음 만난 지 여섯 달 됐고 처음 잔 지도 여섯 달 됐어.”

실제 TV 드라마의 대사이다.

1일 첫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고백’(극본 이 란, 연출 임화민)이 남자주인공 동규(유인촌)의 이 고백만큼이나 불륜을 당당하게 다루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 불륜을 과감하게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애인’이나 ‘위기의 남자’(이상 MBC)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고백’에서의 불륜은 한마디로 ‘늦게 찾아온 사랑’이자 ‘험난한 자아 찾기 과정’이며, 배우자의 충격은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이다.

드라마에서 건축사 동규는 소아과의사인 아내 정윤미(원미경)에게 결혼 17주년을 맞아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거두절미하고 말할게. 이혼해줘. 내가 지금 분명히 알고 있는 건 두 가지 뿐이야. 하나는 당신을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다는 것, 또 하나는 영주(정선경)와도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이야.”

아내의 반응은 딱 한가지다. “지금 내 심정 말해볼까. 내게 지금 소리 안 나는 총이 있다면 당신을 쏘고 싶어.”

‘고백’이 보여준 이 같은 불륜의 당당한 자기선언은 과거의 TV드라마 문법과 한계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충격 그 자체이다.

‘위기의 남자’에서도 동주(김영철)는 불륜 행각과 아내 금희(황신혜)를 버린 것에 대해 엄청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방송중인 KBS 2TV ‘거침 없는 사랑’의 유부남 정환(조민기)도 처녀 경주(오연수)를 사랑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불륜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네티즌 반응은 불륜이 당당하게 묘사될수록 거세다.

‘바람 피고도 당당한 동규를 보면 치가 떨린다. 가족의 소중함이란 눈꼽 만큼도 모르는 파렴치한’(네티즌 윤지연)

‘자식보다는 남은 내 인생이 더 소중하단다. 그래서 말할 수 없이 미안하단다. 이제는 불륜이란 말도 우습다’(네티즌 조영미)

‘방송이 연극무대도 아니고 선별해서 보는 성인영화도 아닌데…. 불륜을 심는 이런 드라마. 안타깝군요!’(네티즌 이금순)

‘고백’은 여기에 선정적 대사와 화면도 시빗거리가 됐다.

“난 싫다는데 내 손목을 비틀고 기어이 했어. 내가 지 변소니?”라는 윤미 친구 정희(이응경)의 대사나, 극중 여성성기를 다룬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무대에 오른 영주가 어깨를 반쯤 내보인 채 야한 신음을 내보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에 대해 “노골적인 대사와 표현에 거부감은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다거나 더럽다는 생각은 아니다”(네티즌 김미경)라는 우호적인 반응도 있지만 TV드라마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더 많다. “‘고백’은 너무 선정적이어서 부모님들이랑 보기 정말 민망했어요.”(네티즌 우정수) 특히 “정선경의 대사는 밤12시 방송에나 어울릴 것 같다”(네티즌 정문수)같은 지적도 나왔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불륜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이라고 해도 TV드라마가 외면해야 할 부분은 있는 법”이라며 “‘애인’ ‘위기의 남자’ ‘고백’을 통해 불륜을 소재로 한 연작시리즈를 방송한 MBC가 다음엔 30대 불륜을 다룰지, 신혼부부의 불륜을 다룰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드라마 주제는 불륜이 아니라 ‘남녀가 사랑하다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천착’”이라는 입장이다.

임화민 PD는 “낯설기만 한 불륜의 당당한 묘사에 시청자들이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백’은 오히려 보수적인 드라마이다. 아내와 이혼한 후 영주와 재혼하는 동규도 결국 아내 곁으로 돌아간다.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은 무조건 나쁘고 당하는 아내는 무조건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기존 사회통념에 도전하고 싶었다. 다만 선정적 화면은 앞으로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