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사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취임 보름만에 추진기구를 구성하는 등 특유의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서울 시민들이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성사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대 역사(役事)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
▼복원 추진 기구 본격 가동
서울시는 15일자로 청계천복원의 시 실무책임자인 추진본부 추진단장 직무대리를 임명, 청계천복원 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본부장ㆍ단장 등 48명 규모로 조직된 추진본부는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건설ㆍ토목공사와 청계천에 매몰돼 있는 문화재 복원, 이에 따른 각종 민원해결 업무 등을 맡게 된다.
이덕수(李悳洙) 신임단장 직무대행은 “곧 시정개발연구원에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기는 등 사업추진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청계천복원 작업은 실무를 담당하는 ‘추진본부’와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는 ‘지원연구단’, 사업 심의ㆍ의결기구 역할을 맡는 ‘시민위원회’ 등의 3각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당선자 캠프에서 관련공약을 다듬었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수렴과 실무적 검토를 충분히 거친 후 착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방대함과 복잡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확산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계고가 땜질사용ㆍ수량도 부족
그렇다고 타당성 검토기간을 한없이 길게 잡을 수도 없는 것이 현재 서울시의 입장이다. 청계고가가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부터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계고가를 전면 보수하려 했으나, 청계천 복원이 시작되면서 부분보수로 사업을 축소했다.
시 관계자는 “부분 보수만으로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청계고가를 전면보수 하지 않는 한 싫든 좋든 2년 이내에 청계천 복원공사에 착공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청계천 복원 후 이곳에 흘릴 물 확보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지하철 지하수와 중랑천 하수처리 수량으로는 청계천 복원 후 필요한 수량인 하루 4~8만톤 가량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 건(高 建) 전시장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서울 시 지표면이 대부분 포장된 후 토지에 빗물유입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하수 수위가 크게 내려갔다”며 “물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했다.
이 시장도 최근 “청계천 복원 후 수량이 모자란다면, 한강물을 직접 끌어와 흘릴 수도 있다”고 밝혀, 수량확보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청계천 주변 재개발 민간주도로
청계천 주변 재개발에 대한 이 시장의 계획은 단순 명쾌하다.
한마디로 “청계천을 복원하면 자연히 주변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민간주도 재개발이 활성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입주업체도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첨단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조선시대부터 계승돼 온 이 지역 역사성을 보존할 수 있는 ‘복원형 재개발’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간문화센타 최정한(崔廷漢) 대표는 “노후건물을 철거하고 고층건물을 짓는 식의 재개발이 아니라, 이 지역 상권의 특성에 맞게 중소상인이 주축이 된 재개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덮은 청계천을 내 손으로 복원하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의욕이 또 다른 ‘21세기형 개발신화’로 열매 맺기 위해서는 추진력과 함께 인내와 조정능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건물주·상인 설득이 복원사업 추진 관건
청계천 복원사업이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지만 복원 공사가 본격화 하기까지에는 난관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계천 주민들의 동의가 불투명하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청계천 상인들을 직접 만나보니 복원에 이은 주변부 재개발을 바라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만6,500여 개에 달하는 건물들의 주인과 임대 상인 상당수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 당장 수입이 떨어지고, 재개발후 수익성 여부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설득이 사업추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교통문제 해결도 과제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청계천 복원 후 도심 통행속도는 시속 17.9㎞로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2.9㎞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후 차량 통행량과 속도를 유지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천(乾川)’인 청계천에 물을 대는 방안과 사업비용 추산 방식도 논란 거리이다. 청계천을 복원하면 하루 10만톤의 물을 실어 날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이 시장은 지하수와 중랑천 하수처리장 등에서 끌어 쓸 구상을 하고 있지만 ‘살아있는 하천’을 만드는 데는 크게 부족한 양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또 3,600억원 정도면 청계천 복원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소한 6,000억원 이상은 들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청계천 역사와 현황
청계천은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에서 발원해 서울의 중심부를 뚫고 동진(東進)한 다음 답십리 부근에서 남쪽으로 물길을 틀어 내려가다 중랑천과 합쳐 한강으로 흘러 든다.
종로와 중구의 경계로 총연장 약 10km, 최대 너비 84㎙에 경사가 완만한 도시하천이며, 유역내 빗물과 오수(汚水)를 전량 집수해 하수관거를 통해 배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청계천 복개는 일제 때 광화문 사거리에서 광교까지 이뤄진 데 이어 1958년부터 본격적인 복개공사가 시작돼 지금에 이른다.
옛이름인 ‘개천(開川)’에서 일제 때 이름이 바뀐 청계천은 비교적 맑은 물이 흘러 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애용되기도 했다.
청계천에는 조선 태종때부터 지어진 광통교 수표교를 비롯한 24개의 다리가 있었으나 복개되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 갔으며 현재 수표교는 장충단 공원으로 옮겨져 있고 광통교는 원래 자리인 복개구조물 아래 짓눌린 채로 묻혀 있다.
예부터 청계천의 상류쪽은 광화문과 종로 등 정치ㆍ경제의 중심지와 가까워 고관 대작들이 몰려 살았다. 반면 하류쪽은 잦은 침수로 민가도 드문 편이었고 다리 밑에는 거지와 부랑자들이 몰려 있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도시빈민과 실업자, 창녀들이 모여들어 판자촌이 형성됐으며, 슬럼화해 하수와 쓰레기 처리문제 등이 교통문제와 함께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결국 청계천 복개가 시급한 대안으로 떠올라 추진된 것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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