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이 14일 발생한 극우파 청년에 의한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 퍼레이드 도중 생긴 이번 사건은 5월 유럽을 경악시켰던 극우주의자 장_마리 르펜 국민전선(NF) 당수의 돌풍을 목격한 직후의 일이어서 파장이 더욱 컸다.더욱이 프랑스가 1962년 샤를르 드 골 대통령 암살기도 사건 이후 정치인 테러에서 비교적 안전지대였다는 점, 네덜란드의 인기 극우 정치인 핌 포르투완이 암살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극우파 발호의 진원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군중에 제압된 범행
이날 오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지붕이 없는 지프를 타고 파리 도심 샹젤리제 거리에서 군대를 사열하던 도중 개선문 근처에 서 있던 짧은 갈색머리의 청년이 기타 케이스에서 소총을 꺼내는 장면이 군중에 목격됐다.
바로 앞에는 경찰이 군중을 통제하고 있었고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대통령과 불과 40~50㎙ 거리에 있던 이 청년은 22구경으로 밝혀진 소총으로 한 발을 발사한 뒤 군중에 의해 제압됐다.
캐나다 관광객인 모하메드 첼라리는 “시라크 대통령이 차를 타고 지나갈 때 한 청년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었다” 며 “다른 누군가가 이 청년의 손을 쳤고 그 사이 나는 총기를 잡았으며 또 다른 사람이 총구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고 진술했다.
발사된 총탄이 시라크 대통령에 어느 정도 근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목격자는 두 발의 총탄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소총은 범인이 지난주 구입한 것으로, 5발이 모두 장전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치밀한 사전 계획은 없던 듯
파리 교외 에브리 지역 출신의 막심 브뤼네리(25)로 밝혀진 이 청년의 범행 동기는 그가 신나치단체 소속이며 폭력집단 대원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 ‘정치적 신념’ 에 의한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내무부 관리들은 “브뤼네리가 국민전선보다 더한 극우주의자” 라며 “신나치 학생운동 조직인 연합방어그룹(GUD) 소속으로 인종주의 폭력단체인 스킨 헤드와도 관련이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이들 단체와 연계된 조직적 범행이라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브뤼네리가 전과 기록과 함께 정신병력을 갖고 있었으며, 경찰에 체포된 후 정신질환자 수용시설로 이송된 점을 들어 개인에 의한 충동적 범행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쉽게 눈에 띄는 커다란 소총을 기타 케이스 안에 넣고 왔다는 점, 살상용으로는 약한 22구경 소총이라는 점, 군중이 몰린 곳에서 저격을 시도했다는 점 등을 볼 때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찰은 범인이 “대통령을 암살한 뒤 자살하려 했다” 고 진술했으나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고 전했다. 1968년 조직된 GUD는 파리 도심의 아사법학 대학에 본부를 둔 단체로, 5월 프랑스 대선 당시 르펜 당수를 지지하는 시위에 참가하며 가두를 점거하기도 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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