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성문제에 대해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26년째 성(性)치료에 주력해 온 호주의 성 치료 전문가 로지 킹(50) 박사가 최근 개원의를 대상으로 ‘발기부전 상담 기법’ 특강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1976년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 웨일즈대의대를 졸업한 뒤 시드니에서 성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성상담 관련 TV방송에 단골 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킹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은 중년 남성의 3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불과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기능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성기능장애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치부하거나 성에 대해 수줍어 하기 때문이다.
그는 발기 부전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과 파트너에 대한 성적 흥미 상실 등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성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치료가 더욱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2월 40~80세의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성기능 장애가 생겼을 때 의사와 상담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성 상담 의사들은 성기능 장애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개방(open)할 수 있도록 상담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신장 질환을 가진 남성이나 흡연자는 성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거나, 고혈압을 가진 남성과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아 온 남성의 50%는 발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통계를 인용해 이야기를 꺼내면, 환자들도 성기능 장애가 자신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또 “성치료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고혈압 환자들이 발기 문제가 있다’고 내게 얘기하는데 당신은 어떤가? 특정 약물을 처방하면 경우에 따라 성생활에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당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등등의 질문을 통해 성기능 장애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킹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의 성문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은 성생활이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활발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년의 적극적인 성생활은 건강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는 “성기능 장애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성인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면서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성기능 장애가 나타난다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의사를 찾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년에 성기능 장애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배우자와 터놓고 성기능 장애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사람일수록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까지도 많은 나라에서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나이가 들수록 적극적으로 성생활에 임하라”고 권한다.
‘나이가 들면 이마에 주름이 지지만 심장엔 절대로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활발한 성생활은 노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해 주는 윤활유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성기능 장애 치료에 주입식, 음경 보형물 삽입 등 물리적인 치료법만 적용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비아그라 같은 약물과 주사 요법 등 간편한 치료법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므로 치료에 소극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여성들의 성 치료는 남성들에 비해 더욱 열악한 실정이라며 “그래도 최근 PGE크림과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CTD기구, 폐경기 여성을 위한 경구용 약물 등이 나오는 등 여성들의 성적 불만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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