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에 온 뮤지컬 '레미제라블' 눈물 참지말고 기립박수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에 온 뮤지컬 '레미제라블' 눈물 참지말고 기립박수를

입력
2002.07.15 00:00
0 0

눈물을 참지 말고 실컷 울어라. 그리고 일어나서 박수를 쳐라.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찾는 이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가볍고 화려한 쇼 스타일의 여느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장중한 기품과 묵직한 감동으로 관객을 울린다.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기립박수를 쳤다.

브로드웨이에서 17년째 롱런 중인 이 작품은 이미 34개국에서 23개 언어로 공연되었다. 제작자인 카메론 매킨토시가 한국에 직접 선보인 첫 무대는 6년 전 호주팀에 의한 공연이었다.

이번에는 브로드웨이 팀이다. 오리지널 캐스팅과 오디션을 통해 새로 합류한 배우들로 팀을 짜서 중국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왔다.

원작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장발장’으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이다.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혁명기의 격랑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애와 사랑의 숭고한 드라마가 무대에 펼쳐진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음악, 트레버 넌과 존 케어드의 연출은 최상의 것이다. 웅장한 합창부터 간절한 독백의 아리아까지, 숀버그가 만든 노래들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회전무대를 이용한 속도감 넘치는 장면 전환, 360도 회전하거나 좌우로 갈라지고 합치면서 파리의 빈민굴, 선술집, 혁명군 진지까지 다양하게 변모하는 육중한 바리케이드, 치밀한 계산으로 장면을 완성하고 액센트를 찍는 조명은 강렬한 시각효과를 빚어낸다.

혁명군이 진압군에 맞서 싸우다 전멸하는 바리케이드 장면은 특히 유명하다.

쓰러진 붉은 깃발과 아무렇게나 널린 시체 위로 조명이 훑고 지나면서 바리케이드가 천천히 회전할 때, 관객들은 80년 광주, 계엄군에 포위된 채 전남도청에서 최후를 맞은 시민군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서로를 격려하면서 자유ㆍ평등ㆍ박애의 새 세상을 꿈꾸는 학생들의 노래는 가슴 벅찬 전율로 다가온다.

장발장 역의 랜달 키스를 비롯한 주역들의 노래와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악독하고 비루한 밑바닥 인생을 대표하는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J.P. 도허티, 에이미 가르시아 분) 는 자칫 무겁게만 흐르기 쉬운 이 작품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낸다.

이 작품을 수입한 공연기획사 CMI는 개막 첫날인 12일 특별행사로 도올 김용옥의 ‘레미제라블’ 특강을 마련했다.

관객이 주문하지 않은 이 반갑지 않은 서비스 때문에 공연이 15분 늦게 시작된 것은 유감이다. 이 공연은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