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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이버 저작권, 새틀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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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이버 저작권, 새틀 짜야

입력
2002.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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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업계는 환호하고 네티즌은 반발한다.‘한국판 냅스터’인 소리바다를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대결은 법원이 최근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실 소리바다에 대한 양측의 기본 인식이 크게 다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쟁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음반업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소리바다를 통해 불법으로 음악파일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명백한 저작권 위반으로 서비스 중지는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사이버상이지만 불법으로 음악을 거래하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 탓에 현재와 같은 음반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는 업계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런 인식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소리바다는 그저 개인과 개인간의 정보교환 창구일 뿐 소리바다는 디지털 음악파일인 MP3를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리바다가 저작권을 위배한 것은 아니며 음반업계가 주장하는 시장침체의 원인을 MP3에 돌리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라는 말이다. 역시 일리가 있다.

양측의 주장을 들으면 모든 원인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혁명은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마저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채 인식되기도 전에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든다는 것이며, 이를 적극 수용하는 일부 계층에게는 큰 힘이 되지만 나머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소리바다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성공적인 월드컵을 개최하며 정보통신(IT) 강국의 이미지를 세상에 알린 나라치고는 참으로 답답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통신인프라를 갖추고 업무는 물론 여가에도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며, 이동전화를 통한 무선 인터넷이 이미 일상에 자리잡은 2002년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사이래 모든 저작물은 불법복제에 시달려 왔다. 그 동안 불법복제를 막는 방법은 그리 어려울 게 없었지만 디지털 혁명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디지털 흐름은 우리의 21세기를 주도할 게 틀림없고 이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업계와 사용자 모두가 달라져야 하는 대명제에 봉착해 있다. 법적 대응은 구 시대에 맞는 방법일 뿐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음반을 사게 만들 것인지, 고쳐야 할 점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사용자들 역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무조건 결백하다’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그리고 서로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업계와 사용자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없으면 들을 수 없고, 듣는 이 없는 음악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이 맡아야 할 몫이 있다. 디지털에 맞는 새 틀을 짜는 작업이다. 법, 제도, 질서, 교육, 생활 모두가 디지털에 맞게 조용히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의 뒤를 따랐다면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강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껏 쇼핑몰이면서 학교이고, 박물관이면서 포르노 공연장이고, 개인의 낙서장이면서 정부·기업의 창구로 쓰이는 도구를 가져본 적이 없다.

소리바다 사건은 이 새로운 도구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 끝까지 가보자는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자. 지혜를 모아 현명한 해결책을 만들고, 이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수 백만명이 모였던 월드컵 길거리 응원만큼이나 전세계에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

/곽동수 KCU(한국싸이버대) 정보통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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